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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테마진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의 성공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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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1월 1일 정부에서는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응하기 위해 계절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지난 4월 발족한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전문가와 시민참여단의 논의를 거쳐 제안된 국민 제안들이 담겼다. 대기오염 배출 사업장의 단속과 지원 강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 5등급 노후 경유차의 운행 제한 등 그동안 논의됐던 주요 대책들이 포함됐다. 특히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12월부터 3월까지 강화된 배출 저감 정책으로 기저농도를 낮추고 고농도 발생의 강도와 빈도를 줄이자는 대책이다. 이제 계절관리제의 성공을 위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5등급 경유차의 규제는 운행 제한보다 저공해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번 계절관리 대책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행 과정에서 논란 가능성이 있는 내용은 계절관리 기간(12~3월) 동안 5등급 경유차의 운행 제한이다. 전국의 5등급 노후 경유차는 2019년 기준 247만대다. 여기에서 생계형 차량은 제외하고 대상 지역도 수도권으로 하면 규제 대상 차량은 줄어들겠지만, 이 대책은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규제 대상자를 갖는 대책이 될 것이다. 피규제자 입장에서 겨울 네 달 동안 차량을 운행하지 말라는 것은 차를 버리라는 얘기이므로 규제 수용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대책은 5등급 차량의 운행 제한보다는 차량의 저공해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즉 노후 경유차에 대해 저감장치 부착, 조기 폐차, LPG 전환 등 디젤 미세먼지를 줄이는 대책과 지원을 제공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차량에 대한 운행 제한이 시행돼야 할 것이다.

둘째, 석탄화력의 가동 중단은 강력한 에너지 수요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 석탄화력의 감축은 발전량 감소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전력 사용량을 줄이지 못해 다른 발전소를 가동해야 한다면 배출 저감 효과는 줄어들고 발전 비용은 늘어날 것이다. 결국 화력발전의 감축은 강력한 에너지 수요 관리가 병행돼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에너지소비효율이 낮다. 기후변화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높아지고 있는 요즈음 석탄화력의 배출 저감은 미세먼지 해결을 넘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긴박한 과제다. 에너지 절약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그만큼 석탄화력을 줄여나갈 수 있다.

셋째, 생물성 연소에 대한 국민적 인식 전환과 관리가 필요하다. 생물성 연소란 농촌 지역의 노천소각, 화목난로, 화덕과 가마솥의 장작과 폐목재 사용, 직화구이 등을 말한다. 이 생물성 연소는 우리 주변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지만 거의 방치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조사된 연구에 의하면 지방 도시들에서는 경유차보다 생물성 연소에서 더 많은 미세먼지 영향을 받고 있다. 생물성 연소는 사업장과 노후 경유차 관리를 통해 어렵게 얻은 미세먼지 개선 효과를 쉽게 상쇄시켜버릴 우려가 있다.

또한 대부분 지면 가까운 높이에서 오염 방지 설비 없이 오염물질을 배출시키므로 주변 주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생물성 연소 관리는 정부의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생물성 연소의 유해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전환과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대기 관리 정책 시험이다. 정부는 정책 필요성과 효과에 대한 국민 소통을 강화해 정책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정책 이행에 대한 적극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국민은 인식 전환과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제 모두 인식해야 할 것은 중국 탓을 하면서 에너지 쓸 것 다 쓰고, 태울 것 다 태우면서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를 개선하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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