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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매경춘추] 만성질환과 친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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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초고령화 시대에는 누구도 만성질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만성질환은 완치가 어려운 것이 많지만 꾸준히 관리하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필자가 진료하는 신장질환도 마찬가지다. 콩팥에 이상이 생겼더라도 식사와 운동, 혈압 등을 꾸준히 관리하면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 없거나 늦출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은 빠르게 초고령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년 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4분의 1을 차지한다고 한다. 평균수명도 90세에 이를 전망이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건강이다. 신체 노화에 따른 만성질환을 잘 관리하는 것은 행복한 여생을 결정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무엇보다 '내 몸 알기'가 우선이다. 같은 생활을 하더라도 질병이 나타나는 양상은 다르다. 똑같은 것을 먹고 동일한 시간만큼 운동하더라도 혈압과 당뇨, 콜레스테롤 수치는 일치하지 않는다. 정밀의료라는 최근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는 개인의 유전자 차이 때문이다. 유전자 분석으로 질병을 예측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재 내 몸 알기의 가장 좋은 방법은 건강검진이다. 이를 통해 내 몸의 문제점을 조기에 파악하고 주의를 기울여 관리해야 한다.

두 번째로 '우리동네 주치의 정하기'를 권한다. 만성질환은 큰 병원을 찾아 입원해 수술 등으로 치료하는 것은 많지 않다. 처방에 따른 약 복용과 함께 생활습관 교정 등 일상에서 관리가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만성질환 환자는 쉽게 의사를 만나 상담할 수 있어야 한다. 사는 곳 주변에 방문하기 편해 자주 만날 수 있는 나만의 주치의를 정해야 한다. 꾸준히 쌓이는 나의 질병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을뿐더러 오랜 기간 소통을 통해 나를 잘 아는 의사에게 맞춤형 진료가 가능하다. 꼭 대형병원과 명의를 찾지 않더라도 만성질환 치료에는 훨씬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만성질환은 평생을 함께 동반한다는 편안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질병이라고 여겨 마냥 두렵고 힘들어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시력이 안 좋은 것은 질병이라기보다 약점이지만 조절이 가능하다. 만성질환도 내가 가진 약점이지만 조절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며 조심하고 잘 관리한다면 행복한 삶을 방해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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