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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사설] 512조원 슈퍼 예산을 일방 처리한 여당의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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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이 그제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512조 3000억원으로 확정됐다. 국회 심의과정에서 당초 정부안(513조 5000억원)보다 1조 2000억원 줄어들긴 했지만 500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예산 대비 증가율도 9.1%에 이른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0.6%)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이 ‘초슈퍼 예산’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문제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각종 선심성 사업으로 인해 예산이 이처럼 과도하게 불어났다는 사실이다. 현금성 복지를 늘리고 단기 알바 일자리를 95만개나 만드는 한편 실업자와 빈곤노인 생계를 뒷받침하는 데 전체 예산의 35%가 책정됐다. 경기 침체로 세수는 자꾸 줄어드는데도 씀씀이를 늘리겠다는 자체가 우려된다. 이를 위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증액 압박에 나서면서 정부가 결국 60조원의 적자 국채까지 편성한 끝에 예산안이 확정되기에 이르렀다. 국회의 현미경 심사가 꼭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국회는 심의 과정에서 기본 의무를 팽개치다시피 했다.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간 정쟁에 휘말려 날림 심사를 되풀이한 것은 물론 막판에도 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채 범여권 군소정당들과 함께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상임위와 예결특위를 거친 뒤 여야 교섭단체 원내지도부 합의를 통해 본회의에서 처리했던 관행까지 무너져 버렸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나라살림을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커녕 여권의 폭주로 마치 군사 작전하듯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처럼 경색된 분위기가 앞으로도 20대 국회 마지막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더 큰 걱정이다. 예산안 처리가 끝나자마자 선거법과 공수처법 처리를 위해 어제 소집된 임시국회에서 격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어제는 여야가 일단 서로 떠보는 식이어서 큰 마찰 없이 넘어갔으나 최후의 결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여당이 군소 정당들을 끌어들여 숫자로 제압하려 든다면 의회 폭거라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다. 예산안 일방 처리로도 모자라 선거법과 공수처법 처리에서까지 폭거를 휘둘렀다는 비난을 듣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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