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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5세대 이동통신

일본 5G 상용화 늦고 삼성·화웨이 주도해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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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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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5세대(5G) 통신을 바라보는 눈길은 복잡하다. 5G 제품과 서비스에 관심은 뜨겁지만, 일본 기술력이 주요국에 상당히 뒤처졌기 때문이다. 통신장비는 중국 화웨이, 단말기는 한국 삼성이 가장 앞서 있다. 한국, 미국, 중국보다 한발 늦은 2020년 3월 5G 상용화가 예정된 일본은 5G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6G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일본 5G 산업 현주소와 소비자 인식 등을 현지 언론에 보도된 통신 분야 전문기자 얘기를 통해 들여다본다.

과잉 기대감

일본에서도 5G 관심은 3G나 4G보다 훨씬 크다. 언론 취재 열기와 보도량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업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5G 기대감이 과잉이라는 느낌까지 준다. 일본 정부가 2016년 제시한 새 사회상인 ‘사회 5.0’과 같이 스마트폰 보급을 전제로 사회 전체가 디지털화하는 흐름이 이 기대감을 키운다.

일상적 스마트폰 이용에서 불만이 많은 것도 한 이유다. 일본 통신사 요금 체계는 대부분 데이터 용량에 제한을 두고, 동영상 시청이나 앱 내려받기를 위해 와이파이 연결을 기다리는 일이 번거롭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너무 늘어 출퇴근 때 도심에선 혼잡으로 연결이 끊기는 불편도 여전하다.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스마트폰을 쓰기 때문에 5G가 그리는 미래상과 예상되는 편익을 나름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 3G나 4G 때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업계 파급효과가 크고, 주요 선진국에서 국가 정책으로 추진하는 것도 주목도가 높아진 이유의 하나로 추정된다.

그러나 LTE망을 함께 쓰는 초기 규격인 ‘비독립 모드’(NSA) 서비스는 어디까지나 4G 연장선에 있다. 실제 4G와 함께 써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말하는 극적인 변화는 아니다. 4G 보급 주역이 됐던 스마트폰 같은 존재가 정말 나올지도 의문이다. 3G까지만 해도 선두 주자였던 일본이 5G에서 한국과 중국에 완전히 뒤진 것은 품질에 지나친 집착이 새 기술 도입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주역은 5G 스마트폰

5G 스마트폰에 대해선 아직 부정적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과 샤오미 등에서 지금까지 내놓은 5G폰은 기존 제품 업그레이드 버전 정도에 그친다. 사용자가 큰 변화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5G 특징을 살린 단말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격도 기존 제품보다 훨씬 비싸 초기 이용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애초 5G폰은 5G 모뎀칩과 안테나 탑재, 소비전력 증가에 따른 배터리 대량화 등으로 무겁고 두꺼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나온 삼성 ‘갤럭시S10 5G’와 샤오미 ‘미믹스3 5G’를 보면 4G 모델과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 화웨이 메이트30 시리즈 5G 모델은 ‘2세대 5G폰’이라고 주장한다. 1세대와 달리, 기린990 칩에 5G 모뎀을 통합했다. 독일 뮌헨의 화웨이 제품 발표회에서 ‘메이트30 5G’와 ‘메이트30 프로 5G’ 모델이 전시됐는데 만져봐서는 4G 모델과 차이를 알 수 없었다.

통신 과정에서 발열이 심해 5G폰 발열 설계는 어렵다. 또 5G에 쓰이는 주파수대인 ‘서브6’(6GHz 미만)과 30GHz 이상의 ‘밀리’ 가운데 밀리파에 대응하는 안테나는 얇게 만들기가 쉽지 않다. 양쪽 모두에 사용할 수 있는 5G폰이 어느 정도 크기가 될지 주목된다.

삼성의 갤럭시 폴드와 중국 화웨이의 메이트X와 같은 접는(폴더블) 기종이 나오는 등 고속 대용량이라는 5G 장점을 살리려는 단말기가 얼마나 보급될지도 관심사다. 웹사이트를 보면서 화상통화를 하는 등의 5G 특성 말이다. 지금 시점에서 접는 폰은 갖고 다니기 쉬운 태블릿 단말기 정도로 비친다. 접는 만큼 두껍고 스마트폰으로 쓰기에 그리 편한 것은 아니다. 접는 폰이 아니면 안 되는 앱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태블릿용 안드로이드 앱은 아이패드만큼 충실하지 못하다. 또 아직은 가격이 비싸 일반 사용자에겐 부담스럽다. 일반에게 보급되려면 적어도 지금의 절반 정도로 가격이 떨어질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세계 1위인 삼성이 기술 문제로 갤럭시 폴드 출시를 연기해 접는 것에 물리적으로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인식이 확산됐다. 하지만 실제 단말기를 보면 완성도가 높고 갖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한다. 큰 화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피시(PC) 버전으로 웹사이트를 봐도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콘텐츠 UI(사용자 환경)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도 내포한다. 넓은 화면의 분할 기능을 활용해 사용자 측면에서 사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5G 앱과 단말기

스마트폰 이외에 5G 시대에 유망하게 보이는 단말기는 5G 대응의 모바일 와이파이 공유기(라우터)처럼 다른 기기를 5G에 연결하는 장치다. 스위스 통신사업자 선라이즈 점포에서는 대만 HTC가 만든 ‘HTC 5G 허브’를 판다. 이것은 배터리를 장착한 가정용 5G 공유기다. 5G로 초고속 무제한 용량의 통신이 실현된다면 그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5G가 정말 필요한 것은 크기와 디자인이 구현됐을 때가 아닌가 싶다. 단말기 카메라도 유망하다. 클라우드 서버에 직접 연결하는 것만으로도 편리함이 한층 나아지기 때문이다.

5G 시대를 견인·대표하는 서비스, 이른바 킬러 앱은 업계에서 모색하는 단계다. 통신사업자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과 스포츠, 동영상, 엔터테인먼트 등 닥치는 대로 시험하고 있다. 아무래도 동영상 서비스가 견인차가 될 텐데 지금 구현 방식으로는 5G 풀스펙을 살리지 못한다.

5G에만 한정하지 말고 모바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할 때 참된 5G형 앱이 생겨날 것이다. 예를 들어 커뮤니케이션을 더 잘하고 싶을 경우 5G가 있으면 비디오챗과 VR챗, 초저지연, 다수동시접속 온라인게임 등 그 폭이 넓어진다. 4G에서도 많은 서비스가 실현되지만, 5G는 훨씬 강력하다.

자율주행과 원격수술 등도 거론되지만, 실제 보급으로 이어질지는 조금 회의적이다. 모바일통신 인프라는 약 10년에 걸쳐 세대교체가 일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법 규제 등 장벽이 있어 2030년까지 그런 극적인 변화는 생기기 쉽지 않다.

박중언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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