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수사 필요성 소명에 영장 발부…'감찰 총책임' 조국 전 장관 향할 듯
靑, 공식 반응 자제…수사 흐름에 촉각
분주한 청와대 연풍문 앞 |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한지 7일만에 검찰이 청와대를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수사도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섭 부장검사)는 4일 임의제출 형식으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을 압수수색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재직 때인 2016년께부터 금융업체 3∼4곳에서 5천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기고 자산관리업체에 동생 취업을 청탁해 1억원대 급여를 지급하게 한 혐의(뇌물수수·수뢰후 부정처사·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지난달 27일 구속됐다.
애초 공직자 한 사람의 비리로 끝날 수 있었던 사건이 청와대 강제수사로까지 이어진 배경에는 2017년 그를 겨냥한 민정수석실 감찰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돌연 중단됐다는 의혹이 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을 지낸 유 전 부시장은 현 정부 청와대, 여당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인걸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장과 수사관 등 특감반원을 비롯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에 재직할 때 비위 혐의가 심각하다고 보고 감찰에 나섰다가 중단했다. 당시 감찰 업무의 최고 책임자는 민정수석으로 있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이인걸 전 특감반장과 특감반원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전 민정비서관) 등 당시 감찰 라인에 있던 인물들은 차례로 감찰 중단 경위에 대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법원이 청와대라는 국가 중요시설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한 것도 검찰이 강제수사를 통해서라도 명확하게 확인할 의혹들이 있다는 점을 소명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쪽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 수사' 건으로 청와대와 충돌한 검찰이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것도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수사가 분수령을 맞은 것으로 해석할 여지를 준다.
청와대는 3일 대변인 브리핑에서 검찰 수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유서에 있지도 않은 내용을 거짓으로 흘리고 있다며 검찰을 강하게 비판하고 피의사실과 수사상황 공개 금지를 시행하라고 '경고'했다.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은 이 같은 경고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유 전 부시장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감찰을 진행했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감찰 자료와 보고문건 등을 확보하는데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감반원들이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으로 유 전 부시장과 김경수 경남지사,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인사담당 선임행정관이 금융위원회 인사를 논의한 정황 등을 확인했었다고 진술했지만 청와대는 해당 자료가 이미 폐기됐다는 입장이어서 이들 자료의 원본 유무도 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 등을 통해 부당한 감찰 중단과 인사 개입 정황을 알려주는 물증이 확인되면 검찰은 관련자들에게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청와대는 이날 동부지검의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일단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압수수색이 시작된 후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자칫 어떤 이야기를 하면 수사에 영향 미친다는 식의 오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정한 상황에서 정리된 결과를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청와대 내부는 적잖이 동요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밑에서는 검찰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에 나선 배경을 파악하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도 감지됐다.
청와대 압수수색으로 정점에 다다른 민정수석실 감찰 무마 의혹 수사는 이제 감찰 업무를 총괄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까지 조사가 이뤄진 만큼 일단 직속 상관이었던 조 전 장관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감찰을 중단시킨 '윗선' 수사가 조 전 장관을 넘어 유 전 부시장과 친분이 있었던 또다른 인사들로까지 확대될 경우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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