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를 악마화하는지, 속 터지고 답답"…출마 기자회견서 '격정 토로'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선언하는 이기흥 회장 |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3선 도전을 선언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자신을 향한 '고위 관료'의 불출마 제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기자회견 중 "파리 올림픽이 끝나고 온 뒤쯤 정부 관계자에게서 '다른 분야에서 일해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해당 발언의 주체가 "문화체육관광부는 아닌, '고위직의 관료'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관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전했다.
아울러 해당 인사가 "한 기업인, 재벌급 오너에 대해 (차기 체육회장으로) 어떠냐고 물어봤다"고도 했다.
이에 이 회장은 "재벌은 안 된다. 이 업무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답했으며, "의견을 주고받다가 '역제의'로 2명을 추천했다"고 공개했다.
자신이 추천한 인사 중 한 명이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라고 소개한 이 회장은 "다른 한 분도 훌륭한 분인데, 현업에 계셔서 이름을 밝힐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최근 언론을 통해 "정부가 내정한 차기 체육회장 후보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부적절하지 않으냐는 지적에 이 회장은 "여러 채널로 들은 부분이고, '내정했다'기 보다도 그분들끼리는 그런 커뮤니케이션이 됐다고 생각했다"고 모호하게 답했다.
인사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
지난달 13일 해외 출장 귀국길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후 물밑에서 3선 도전 기반을 다지며 일부 언론 인터뷰에 나선 것을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등장한 이 회장은 1시간 반가량 각종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기자회견 초반 질문을 받기 전 30분 넘게 홀로 발언하며 체육회가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의 조사를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토로하고, 국무조정실 점검단의 지적 사항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마케팅 수익 물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직위에서 200억원가량 받아야 할 돈이 남아 있었는데, 조직위의 적자를 막고자 체육회가 떠안으면서 재고품을 받은 것"이라고 밝히는 등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회장은 자신과 체육회를 둘러싼 상황에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 하는 의구심을 저도 많이 갖고 있다. 대체 뭘 잘못해서 이렇게 나를 악마화하는지 생각 안 가질 수가 없다"면서 "속 터지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 선언하는 이기흥 회장 |
또 "저 지난 8년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1년에 평균 10만㎞를 다녔다"면서 "대한체육회장은 월급이 없고 기사 채용이나 유류비 등 다 제가 부담한다. 체육회의 어떤 돈도 제가 쓰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저는 재임으로만 끝내려고 했다. 훌륭한 분에게 수석부회장으로 먼저 오셔서 업무 배우시고 차기 회장 도전해보십사 간청하기도 했는데, 그분의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오시지 못했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는 말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대로 물러서면 모든 것 인정하게 되는 셈"이라며 3선 도전 결심 이유를 밝힌 이 회장은 자신의 재임 기간 업적을 강조하며, 다시 당선된다면 '변화'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회장은 문체부의 직무 정지와 관련해선 "저는 선출직이다. 장관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임명권자는 체육인들"이라며 문체부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직무 정지한 것은 잘못한 것이다"는 입장을 내놨다.
각종 수사와 관련해 추후 기소될 가능성에 대해선 "기소된다면 재판에서 소명해야죠"라면서도 이 경우 회장직을 어떻게 할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 일은 없을 거고, 잘 정리될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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