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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따른 소비 침체가 계속되고 있지만 김장철 배추와 무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소폭 반등했다. 11월 김장 재료인 배추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6.6% 상승했으며 무는 67.4% 올라 소비자물가 반등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하지만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해 체감경기와 괴리를 보여줬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2% 오르며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지난해 11월 대비 0.5% 상승하는 데 그쳐 11월 기준 1999년 이후 가장 낮았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그동안 물가상승률을 억눌러왔던 농산물 가격 하락세가 최근 주춤한 가운데 올해 가을 태풍으로 채소류 가격이 상승했다"며 "특히 11월에 김장철이 겹쳐 배추와 무 가격이 크게 상승한 것이 물가 하락폭을 줄이는 효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 역시 0.6% 상승률로 1999년 12월 0.5% 상승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수요가 살아나 물가를 끌어올린 것이 아니라 농산물 등 공급 측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11개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0.4%로 1965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낮았다. 월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작년 12월 1.3%를 기록한 이후 올 들어 한 번도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1개월 연속 0%대 물가상승률은 1999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길다.
기재부도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여전히 낮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저물가 흐름은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낮아지는 가운데 공급 측 요인과 정책 요인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월 0.2%를 보인 것은 지난해 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지속되는 가운데 그동안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데 크게 작용했던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하락세가 완화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물가상승률이 소폭 개선됐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난주 연이어 발표된 소비자심리지수(CSI),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경제심리지수, 소매판매지수 등이 전년 동월 대비 꾸준한 증가세로 나타나는 등 경제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올해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간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1~11월 평균 물가상승률 0.4%를 고려할 때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 0.9%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평가다. 기재부는 기저효과 등 특이 요인이 완화되는 연말에는 물가상승률이 0% 중반대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부진이 길어질수록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이 더 약해져 언제든지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에 한참 못 미치는 데다 변동성이 작은 근원물가 상승률도 수개월째 0%대에 머물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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