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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미술의 세계

‘빅 피쉬’ 연출가 스콧 슈워츠 “환상적인 여정, 한국 정서로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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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빅 피쉬’ 한국에 첫선

“아이와 어른 모두 볼 작품이지만, 특히 어른들이 감동할 이야기

그 감동적 무대의 방법은 비밀”

경향신문

한국 초연을 앞둔 뮤지컬 <빅 피쉬> 연출가 스콧 슈워츠가 지난달 22일 서울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에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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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얘기했지만 다음에 벌어지는 일을 미리 예측하지 마시고, 처음처럼 놀라야 합니다. 인물들이 작품의 여정을 통해 어떤 변화를 겪는지에 집중해주세요. 자, 레디… 음악 준비해주시고 갈게요.”

신비로운 피아노 음악이 빨라지다 잦아들고, 어린 윌 블룸이 축구공을 들고 시무룩하게 걸어들어온다. 뒤따르다 주춤하는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 오랜만에 집에 돌아왔다. “헤이 윌~” “어디 갔었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환상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뮤지컬 <빅 피쉬>가 올겨울 한국 무대에 처음 오른다.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한국판으로 새롭게 바꿨다. 최근 공연계에서 주목받는 미국 연출가 스콧 슈워츠(45)의 첫 한국 진출작으로도 관심을 끈다. 공연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달 22일 서울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에서 만난 슈워츠는 “이번 <빅 피쉬>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 버전의 장점만 합친 완전히 새로운 작품”이라며 “레플리카(음악, 안무 등 모든 것을 오리지널 공연과 동일하게 구성하되 배우만 국내에서 캐스팅하는 것)가 아닌 한국 관객들 정서를 고려한 한국만의 버전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빅 피쉬>는 대니얼 월러스의 원작 소설(1998)과 팀 버튼 감독의 영화(2003)로 잘 알려졌다. 뮤지컬도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를 따라간다. 겉으론 평범한 세일즈맨이지만 모험을 즐겼던 아버지 에드워드는 황당무계한 무용담을 늘어놓고, 아들 윌은 그런 아버지의 허풍을 못마땅해 한다. 윌이 세상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에드워드의 진짜 모습을 찾아가면서 뭉클한 화해에 이르는 내용이다.

웨스트엔드 버전에선 청년과 중년 에드워드를 각기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 남경주, 박호산, 손준호가 맡은 한국판 ‘에드워드’는 한 배우가 10대부터 60대까지 시간에 따른 캐릭터 변화를 폭넓게 보여주게 된다. “두 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됩니다. 에드워드 블룸의 인생이야기예요. 하나는 현실적인 그대로의 삶이고, 다른 하나는 젊었을 때 에드워드가 겪은 온갖 판타지들입니다. 아내를 만나고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것이죠. 관객들은 환상적인 여정을 따라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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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빅 피쉬> 연습실 현장 사진.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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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선 인어, 거인, 늑대인간 서커스 단장, 샴쌍둥이 자매 등 환상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뮤지컬에선 이런 장면들을 실제 눈앞에 펼쳐놓는다. “장면도 다양하고 장소도 자주 바뀌기 때문에 도전적인 작업이지만, 다르게 보면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이전 프로덕션에선 거인 역에 실제 키 큰 배우를 섭외했어요. 저희는 3m짜리 거대한 인형으로 흥미진진하게 표현할 계획입니다.”

그는 놓쳐서는 안될 장면으로 에드워드가 산드라에게 청혼하는 수선화밭 장면을 꼽았다. “영화라면 실제 장소에서 찍으면 되지만, 무대는 그게 안되잖아요. 엄청난 효과로 구현할 텐데 방법은 비밀입니다. 원래 ‘불가능한’ 연출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직접 확인해보세요.(웃음)”

무대 미술은 원작 배경인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의 ‘포크아트’에서 영감을 얻어 알록달록한 색감에, 다양한 종이 공예로 꾸며진다. “이야기 시작은 영화와는 달라요. 에드워드가 40대, 아들은 10세 때죠. 집에 돌아온 에드워드가 야구공, 이불, 공책 등 소품들로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그것들이 엄청나게 커질 거예요. 판타지 장면은 열살짜리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으로 표현될 겁니다.”

스콧 슈워츠는 뮤지컬 <위키드> 음악을 만든 유명 작곡가 스테판 슈워츠의 아들이다. 스콧 슈워츠는 2014년 디즈니 뮤지컬 <노트르담의 꼽추>를 새롭게 연출했고, 내년 2월에는 드림웍스 뮤지컬 <이집트의 왕자> 웨스트엔드 초연을 연출한다. 두 작품의 원작 애니메이션 음악은 아버지가 만들었다. “<빅 피쉬>의 윌과 에드워드의 관계와는 다르게 저와 아버지는 평소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옆에서 지켜본 탓인지 이미 네다섯살 때부터 공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일할 때는 ‘프로페셔널’이니까 공적인 관계죠.”

뮤지컬 <빅 피쉬>는 8세 이상 관람가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특히 어른들이 감동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한다. “관객 분들은 많이 웃고, 많이 울고,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여정을 떠나게 될 겁니다. 그 과정에서 분명 감동하게 될 겁니다.”

<빅 피쉬>는 어린이들에게는 확장된 세계, 어른들에게는 지나쳐버린 시간을 다시 새겨보게 한다. 연출가가 말한 감동적인 무대의 비밀은 연습 전 배우들의 화기애애한 ‘파이팅 콜’에서 어렴풋이 느껴졌다. “이야기의 힘으로 가자 저 하늘 끝까지~ 빅 피쉬!” 12월4일부터 2020년 2월9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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