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4 (화)

이슈 청와대와 주요이슈

검찰 "법률적 내용까지 담긴 靑첩보문건, 민간인 작품 아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靑 선거개입 의혹]

출처 찾던 검찰, 김기현 고발인 압수수색 과정서 제보문건 발견

"靑문건, 제보문건보다 세련되고 고차원적… 법 아는 곳서 쓴 것"

백원우 직속 행정관이 울산 내려가 첩보문건 만들었을 가능성도

작년 울산시장 선거를 둘러싼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의 핵심은 이른바 '김기현 비위 첩보' 문건의 출처다. 울산시장 선거 직전 경찰이 야당 후보였던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겨냥해 수사를 벌인 근거가 된 이 문건의 출처가 어디냐에 따라 청와대나 여권의 선거 개입이 있었는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검찰은 올 3월 이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해 출처를 집중 수사해왔다. 검찰은 이 첩보 문건을 울산경찰청에 내려보낸 경찰청부터 조사했다. 경찰청은 "청와대 민정수석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에서 문건을 하달받아 일선에 넘겼을 뿐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이후 검찰은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등을 조사했지만 "백원우 전 비서관에게서 문건을 받은 건 맞지만 작성자는 모른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백 전 비서관도 입장문을 통해 첩보 문건 출처는 모른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조선일보

29일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경찰청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황 청장은 지난 2017년 울산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며 청와대 지시에 따라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건 이 첩보 문건이 청와대 민정비서관→반부패비서관→경찰청→울산경찰청으로 전달됐다는 '하달 절차'가 전부였다. 그런데 이 절차도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문건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한 사람은 백 전 비서관이다. 그의 직책인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정부 정책에 대한 민심 동향 수집이나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주 업무로 한다. 사정 기관에 특정인 비위 의혹을 넘기는 건 그의 업무 밖이다.

그런데도 백 전 비서관이 이렇게 한 것은 당시 울산시장 선거 구도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한국당 후보인 김 전 시장과 맞붙은 상대 후보는 민주당 송철호 후보였다. 이 선거에서 당선된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백 전 비서관도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인 백 전 비서관이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 시장 당선을 위해 야당 후보를 공격하는 첩보 문건을 하달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검찰 입장에선 첩보 전달 과정과 함께 무엇보다 첩보의 출처를 확인해야 이번 사건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출처 확인의 한 단서가 된 건 울산 지역 건설업자 김모씨의 PC와 진술이었다. 김씨는 김 전 시장 동생과 이른바 '30억원 용역계약서'를 쓴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시장 동생이 울산 북구의 한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게 도와주면 30억원 상당의 분양대행 용역권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건설 허가가 나지 않자 김씨는 김 전 시장 등을 고소·고발했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 전 시장에 관한 청와대발(發) 첩보 문건 내용의 주요 출처가 김씨의 제보일 수 있다고 의심한 검찰은 그의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김씨 PC에서 이 부지 건설 허가 등과 관련한 김 전 시장과 가족, 측근들의 비리 의혹이 담긴 문건 파일을 확보했다. 김씨는 검찰에서 "현 정부 출범 후 이 문건을 우편으로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와 청와대 민정수석실, 비서실장실 등에 보냈다"고 진술했다. 본지 통화에서도 "억울해서 보냈다"며 이를 인정했다.

검찰은 그런데 김씨가 제보한 문건과 이후 청와대가 경찰에 내려보낸 '김기현 첩보' 문건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 첩보 문건 내용이 법률적 측면 등에서 세련되고 고차원적이었다. 개인이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법을 잘 아는 정부 기관에서 쓴 것으로 보였다"고 했다. 경찰과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 산하 특별감찰반에서 작성자를 찾지 못한 검찰은 김씨의 제보를 받은 민주당 적폐청산위, 또는 '별동대'처럼 움직인 민정비서관실 소속 행정관이 문건 생산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 비서관 지휘를 받는 행정관이 울산에 내려가 '김기현 첩보'를 모아 문건을 최종적으로 만들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아직 문건 출처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첩보 문건 생산에 민주당 적폐청산위가 연루된 사실이 확인되면 청와대에 이어 여당까지 '선거 개입' 의혹에 휘말리게 돼 파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적폐청산위는 민주당 의원 14명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청와대에 문건 같은 걸 넘긴 적이 없다"고 했다. 다른 적폐청산위 관계자도 "해당 사건과 관련해 어떤 문건이나 진정서도 당이 받은 게 없다"며 "가능성이 1%도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조백건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