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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문득 궁금] 조국 지지자들은 왜 '파란장미'를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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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지지자들, ‘파란 장미’ 들고 ‘검찰개혁’ 운동
‘파란장미 시민행동’, 국회의원들에 ‘공수처 찬성’ 서명 받아
꽃말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기적’ "포기하지 마라’
파란장미, 불매운동 대상 日 산토리가 처음 개발
"수입 제한으로 국내 유통 파란장미는 대부분 ‘가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 사이에서 ‘파란장미’가 뜨고 있다. 파란장미 꽃말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기적' ‘포기하지 마라’ 등의 의미가 담겨 있다. 지난 14일 조 전 장관이 검찰에 비공개로 출석해 조사를 받을 당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는 파란장미를 손에 든 지지자들의 모습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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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이 지난 14일 오전 조 전 장관이 소환 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입구에서 파란 장미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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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친여(親與) 세력을 중심으로 ‘파란장미 시민행동’이 결성됐다. ‘검찰개혁’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가 이들의 주된 활동 목표라고 한다. 파란장미 운동을 시작한 인물은 친여 성향의 정치 평론 유튜브 채널 ‘최인호TV’를 운영하는 최인호씨다. 구독자 13만여 명에 달하는 최씨는 ‘파란장미 시민행동이 출범했다’는 제목의 영상을 통해 "조국의 꿈은 우리의 꿈이다. 백만 송이 파란장미가 돼 조국의 꿈, 우리의 꿈, 조국 수호와 검찰 개혁의 꿈을 이루고자 한다"며 설립 목적을 밝혔다. 전 박종철출판사 대표인 최씨는 1997년 출간된 ‘칼 맑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저작 선집’의 책임번역자로 알려졌다.

파란장미 운동은 공수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이 포함된 사법개혁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반드시 찬성 투표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아내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이 자체 제작한 홈페이지에는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등 소속 의원 185명의 연락처가 올라와 있다. 28일까지 파란장미 운동에 동참 의사를 밝힌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민병두, 박주민 의원과 무소속 손혜원 의원 등 총 90여 명으로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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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장관 지지자들이 선택한 파란장미 꽃말에는 ‘기적' ‘희망' 등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동안 장미에는 청색 색소를 만들어내는 유전자인 일명 ‘블루 진(Blue Gene)’이 없어, 파란장미는 ‘불가능’을 상징했다. 그러나 유전 기술의 발달로 파란장미 개발이 성공하면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기적’으로 꽃말이 바뀌었다.

파란장미 개발에 성공해 꽃말을 바꾼 나라는 일본이다. 화훼 전문가들에 따르면 위스키와 맥주로 잘 알려진 일본 주류회사 ‘산토리 홀딩스’가 파란 장미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산토리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사이트인 '노노재팬'이 불매운동 대상으로 올린 기업이다.

산토리는 지난 1991년 식물 피튜니아로부터 청색 유전자를 얻는 기술로 특허를 받았다. 그러나 산토리에서 만들어낸 청색 색소는 염기성일 때에만 파란색을 보여, 산성이 강한 장미꽃의 세포액에서는 파란색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이후 수십년간 300억원을 투입해 연구한 끝에 장미꽃 세포 속에서도 청색을 띨 수 있는 다른 유전자를 팬지꽃에서 찾아냈다. 이후 지난 2004년 6월 마침내 파란장미를 전 세계 최초로 피워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진흥청 원예연구소에서 비슷한 연구를 1990년대부터 진행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북구 원광대 원예산업학과 교수는 "신의 영역과도 가까웠던 파란 장미를 일본에서 개발하면서, 화훼 육종의 신화를 새로 썼다"며 "당시 연구는 세계 화훼 산업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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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장미 시민행동이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파란장미 운동 소개 글.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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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내에서 유통 중인 ‘파란 장미’는 하얀 장미에 파란 염색약으로 칠한 ‘가짜’가 대부분이다. 김선형 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 교수는 "해외 유전자 변형 생물의 국내 수입을 제한하는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LMO법)’ 때문에 현재 파란장미의 수입이 막혀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꽃 시장 등에 유통 중인 파란 장미는 일반 장미를 염색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이 파란 장미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영일 정치평론가는 "세월호의 ‘노란 리본’이나 홍콩 민주화운동의 ‘우산’처럼 자연스러운 모티브나 실용적 목적에서 상징을 찾은 게 아니라 꽃말을 보고 파란장미로 결정했을 것"이라며 "일종의 아이돌 팬덤 현상에 가까운 지지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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