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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재활 없이 연명치료만 몇 년째"…회복 기약 없는 중소 조선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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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중형조선소에 링거만 꽂아놓고 숨만 쉴 정도로만 연명시켰는데, 어떻게 갑자기 걷고 뛰겠습니까" (조선업계 관계자 A씨)

성동조선해양이 4번째 도전 만에 매각 우선협상대상 대상자를 찾았지만, 인수양해각서(MOU)체결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국책은행이 관리 중인 중형조선사들의 회생 실패에 구조조정 방안과 정부 지원책이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의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HSG중공업-큐리어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지난 21일부터 26일 사이 MOU를 체결하고, 이행보증금(150억원)을 납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MOU 내용을 두고 채권단과 우선협상자 간 협의가 되지 않아 29일로 연기됐다. 성동조선해양은 다음달 말까지 본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파산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조선비즈

경남 통영시 성동조선해양 작업장 입구에 ‘성동조선 반드시 살려냅시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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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중형조선소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진중공업은 올해 초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출자 전환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대선조선은 지난해 매각에 실패한 데 이어 최근 결제대금 지급도 어려워져 수출입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STX조선해양은 회생계획안을 이행 중이고, 대한조선은 최대주주인 대우조선해양 매각에서 배제됐다.

국내 중형조선사들은 이미 중국과 일본에 시장을 빼앗기고, 선수금환급보증(RG) 문제로 일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사가 주문받은 배를 넘기지 못할 경우 은행이 발주처에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겠다고 보증을 서는 RG를 받지 못하면, 수주조차 불가능하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STX조선·성동조선·대한조선·대선조선·한진중공업 등 국내 중형조선사의 1~3분기 수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18척)보다 줄어든 17척이었다. 2016년 1~3분기에 비해서는 80% 줄어든 수준이다.

◇ 여전히 회복 힘든 중형조선사...유명무실한 지원에 한숨

조선업계는 정부 정책으로 중형조선소가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고 보고 있다. 대형조선사 위주로 계획하다 보니, 실질적인 지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용휘 마스텍중공업 대표와 정미경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조선소 지원방안에서 전체 예산(7조원) 중 2025년까지 중형조선업에 유입 가능한 지원은 총 4000억원에 그쳤다. 전체 예산의 5.7%만이 중형 조선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올해 4월 추가로 발표한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도 중형조선사를 위한 정책이라고 보긴 어렵다. RG 지원금을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담긴 했지만, 중형조선사가 만드는 배 한 척당 400억~500억원으로 액수가 상당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형조선사는 RG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에서 선박 건조 비용을 미리 대출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조선업계에서는 그간 구조조정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진행됐다고 보고 있다. 중형조선사 구조조정은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성동조선은 지난해 법원에 생산직 노동자 80% 이상, 관리직 인원 40% 이상을 구조조정하는 안을 제출했으나 정치권과 노조의 반대에 무급휴직안으로 대체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경쟁력 없는 조선사는 구조조정하고 경쟁력 있는 조선사는 살려야 하는데 정부가 국책은행에만 맡기며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거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중형조선사, 지금이라도 체질 개선 필요"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중형조선사들의 구조조정이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청산·매각 등을 제대로 진행하던지, 선박 특화나 생산성 향상 등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중소형 조선사의 구조조정 시기는 이미 놓쳤다"며 "지금이라도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중국·일본과 겹치지 않는 특화 선종을 개발해 생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립대 교수는 "산업 측면에서 보면 중소형 조선소에 죽지 않을 정도로만 링거를 맞혀놓고 자금이 많이 투입됐으니 없애겠다고 하는 격"이라며 "무조건 없애자고 하지 말고, 첨단선박(스마트십), 스마트 K-야드 등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안소영 기자(seenr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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