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 현장 의료진 "제때 발견 못 했으면 큰일 날 뻔"
청와대 앞에서 8일째 단식 농성 중이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7일 밤 의식을 잃어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다/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단식 농성 8일째인 27일 밤 의식을 잃어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황 대표는 병원에서 응급 처치 등 치료를 받고 1시간 40여분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 천막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황 대표는 이날 밤 11시 7분쯤 의식을 잃었다. 그는 농성장 근처에 대기 중이던 119 구급차에 실려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졌다. 황 대표는 곧바로 병원 응급실에서 응급 처치를 받고 일반 병실로 옮겨져 치료에 들어갔다.
황 대표는 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한 지 1시간30여분만인 28일 새벽 0시 50분쯤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황 대표가 의식을 회복했지만 당장 말을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고 사람을 알아보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행히 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지켜봐야 한다"며 "현재 우려가 되는 건 저혈당·전해질 문제나 신장의 상태"라고 했다.
황 대표가 의식을 잃은 사실은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 등 4~5명의 의사가 천막 안에서 황 대표 상태를 살피다 발견했다. 황 대표는 의료진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아 한국당 당직자들이 긴급히 병원으로 옮겼다. 황 대표를 병원으로 옮길 때 현장에서 진찰한 의료진은 "의식은 없었지만 혈압, 맥박 등 생체 활력 징후는 있었다"고 전했다. 황 대표가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이송될 때는 아내 최지영씨가 곁에 있었다. 최씨는 "여보, 여보"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강행 처리 포기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황 대표는 4일 전부터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면서 기력이 떨어졌고 3일 전부터는 거의 일어나지 못하고 농성장 천막에 몸져 누웠다.
전날부터는 혈압이 낮아지고 단백뇨 증상도 보였다. 물도 필요 섭취량의 3분의 1 정도밖에 마시지 못했다. 황 대표는 전날 밤 한국당 최고위원들이 병원행을 강하게 권유했지만 "아직 할 일이 남아있다"며 거부했다. 농성 천막 안에는 전기 매트나 난로 등 온열 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체력적으로 상당한 무리가 간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 병원 이송 소식에 현장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는 "황 대표께서 천만다행으로 의식이 돌아오고 있다"며 "그 추위에 황 대표가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 정권에서는 어떤 반응도 없었다. 정말 비정한 정권"이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외쳐야 반응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청와대 앞에서 8일째 단식하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27일 응급실 앞에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유병훈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