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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문희상 안’에 강제동원·‘위안부’ 피해자들이 분노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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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 받아내겠다는 핵심 요구 빠진 방안”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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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의 강제동원 배상 책임을 한·일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 ‘화해·치유재단’에 일본이 냈던 기금의 잔액 60억원으로 대신 부담하자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제안, 이른바 ‘문희상안’에 강제동원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피해자 단체가 연일 반발하고 있다. 가해의 역사를 청산하는 게 아니라 외교적 갈등을 만들 여지가 있는 피해자를 청산하고 일본 정부의 책임을 지우는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의장은 지난 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국회의장 회의에서 한·일 양국 국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모금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돈을 지급하는 법안인 이른바 ‘1+1+알파(@)’ 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문 의장이 제안한 안은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한·일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성금, 2015년 한·일 정부 간 합의로 만들어졌다 해산된 ‘화해·치유재단’에 일본이 낸 기금 잔액 60억원으로 대신 부담하자는 방안이다. 이 재원으로 피해자들에게 ‘위자료’가 지급되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대위변제’되는 것으로 간주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되는 방식으로 문제를 푼다는 것이다. 문 의장은 ‘1+1+알파’ 안을 한·일기업과 양국 정부,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과 화해치유재단 기금 잔액을 통해 ‘기억인권재단’을 설립하자는 ‘2+2+알파’ 안으로 수정해, 이를 기초로 한 특별법 입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제동원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의 사죄를 받아내겠다는 피해자들의 핵심 요구가 빠진 방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90) 할머니는 2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우리의 목적은 아베로부터 당당히 사죄를 받아내는 것이다. 사죄가 없는 기부금은 필요도 없으니 이야기도 꺼내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거지인 줄 아느냐”고 잘라 말했다. 양 할머니는 이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에 끌려가 동물 취급을 받으면서 일하고 돌아왔다. 사과를 받는 것이 가장 먼저”라고 강조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도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쪽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사죄가 먼저다. 그리고 배상은 일본 정부가 할 일인데 왜 한국 정부와 국회가 이래라저래라 하나. 또 박근혜가 한 돈은 일절 못 받으니 돌려주라”라고 전했다.

피해자 단체들도 이번 ‘2+2+알파’ 안에 대해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주고 지난해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이 인정한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 권리를 소멸시키는 법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제철·미쓰비시·후지코시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문희상 안에 대한 피해자·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문 의장의 제안에 따르면 일본 기업은 법적·역사적 책임이 아닌 자발적인 방식으로 돈을 모으고, 심지어 그 돈에 한-일 기업과 국민의 돈까지 교묘히 섞이게 된다”며 “이는 대법원 판결을 무효화하고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책임지라는 일본 정부의 요구에서 조금 진전된 수준의 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방식은 결코 대법원 판결의 이행이 아니며 가해의 역사를 청산하는 게 아니라 외교적 갈등을 만들 여지가 있는 피해자를 청산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꼬집었다.

기억인권재단 설립에 화해치유재단 기금 잔액을 사용하는 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되살리려는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의기억연대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나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 의장은) 기억인권재단 설립 기금에 화해치유재단 기금 잔여금 60억을 포함시켜 피해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안보와 경제라는 현실 논리를 내세우는 커다란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며 “배상금도 아닌 위로금으로 10억엔으로 만든 화해치유재단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야기했느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피해자 중심주의를 내세우며 화해치유재단을 해체한 문재인 정부가 다시 잔액을 들고 와 이 재단에 의미를 부여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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