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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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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총 유리잔 성분 분석 결과 동지중해·흑해 제작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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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연구팀 발표 / “로마서 사용하던 재료와 같아”

세계일보

보물 제620호로 지정된 ‘천마총 유리잔(사진)’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이 유물이 동지중해 혹은 흑해 연안에서 제작됐다는 기존 견해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립경주박물관 김도윤 학예연구사와 이승은 학예연구사는 천마총 유리잔을 보존과학 측면에서 조사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24일 밝혔다.

5세기 후반 또는 6세기 초반에 축조한 것으로 짐작되는 신라 적석목곽분(積石木槨墳·돌무지덧널무덤)인 경주 천마총 출토 유리잔은 높이가 7.4㎝이며, 상단부 지름은 7.8㎝이다. 본래 두 점이 발견됐으나, 나머지 한 점은 복원이 불가능할 정도로 크게 파손됐다.

코발트를 사용해 전체적으로 푸른색을 띠며, 유리 안에 기포가 거의 없는 점이 특징이다. 유럽과 흑해에서 유사한 유리잔이 발견돼 학계에서는 이곳을 제작과 보급중심지로 추정해 왔다.

박물관 연구팀은 일본 오카야마시립오리엔트미술관과 함께 비파괴 형광분석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에 대해 “산화칼륨은 0.66wt%(질량 퍼센트), 산화마그네슘은 0.93wt% 이하로 모두 1.5wt% 이하”라며 “이는 내트론(Natron)계 소다석회 유리임을 확실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트론계 유리는 기원전 800년에서 기원후 800년까지 로마 지역을 중심으로 유통된 것으로, 유리를 만들 때 일반적 융제(Flux) 식물제가 아니라 내트론이라고 하는 이집트 지역 천연 탄산나트륨을 섞는다”며 “이에 따라 산화칼륨과 산화마그네슘 함유량이 현저히 낮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 광물은 이집트 지역에서 주로 채굴되기 때문에 고대 로마에서 유리를 만드는 주된 재료였으며, 다른 지역 고대 유리에서는 이런 화학 조성비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 유리잔은 동지중해나 흑해 연안에서 1차 가공이 이뤄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유리 제품은 1차 가공과 2차 가공을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진행할 수도 있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1차 가공지에서 2차 가공을 한다”고 덧붙였다. 1차 가공은 이산화규소에 광물이나 식물 재를 섞은 뒤 가열해 액체화된 유리를 만드는 공정이고, 2차 가공은 잔이나 그릇 등으로 형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연구팀은 거북 등 같은 유리잔 하단부 제작 기법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장비로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결과, 육각형(오각형) 면 부분은 오목하게 들어갔으나 경계 부분은 두껍게 처리한 점을 확인했다.

김 연구사와 이 연구사는 27일 경주박물관이 개최하는 ‘고대 유리의 세계’ 학술심포지엄에서 이런 내용의 연구 성과를 발표한다.

심포지엄에서는 한국, 일본, 영국 연구자들이 고대 유리에 관한 7가지 주제 발표를 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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