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조희연, 오세훈 ‘광화문 100m 태극기’ 계획에 “낡은 국수주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애국심, 태극기 높이에 비례해 커지지 않아

서울시, 태극기 게양대 설치 재고해 주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8일 서울시가 2026년 광화문광장에 높이 100m의 국기 게양대와 대형 태극기를 설치하기로 한 것을 “낡은 국수주의”라고 비판하며 재고를 요청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의 입장에서 서울시가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재고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는 “서울시의 이번 발표가 애국심을 고양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담은 것이라고 추측하면서도 그 실현 방법이 현시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이미 극복한 권위주의 시대의 낡은 방식을 현대적으로 포장해서 구현하려 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육감은 “우리의 과제는 민족에 대한 사랑을 견지하면서도 폐쇄적 민족주의를 넘어 열린 민족주의, 혹은 나아가 열린 세계 시민적 인식을 갖고, 이를 미래 세대에게 전수하는 것”이라며 “조국과 민족에 대한 무리한 자부심은 다른 나라에 대한 배타적인 정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애국심은 태극기의 높이에 비례해 커지지 않는다. 애국심은 억지로 주입할 수 없다”며 “낡은 국수주의에 기대서는 건강한 안보의식을 키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은 피부색과 언어, 문화가 다른 지구촌 시민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계시민으로 자라야 한다”며 “거대한 태극기 게양대를 쌓는 노력 대신, 건강한 자부심이 자연스레 샘솟는 공존의 공동체로 향하는 길에 서울시와 정치권이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5일 2026년까지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대형 태극기 게양대’와 영원한 애국·불멸을 상징하는 조형물 ‘꺼지지 않는 불꽃’을 조성하는 내용의 ‘광화문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의 ‘워싱턴 모뉴먼트’나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에투알 개선문’, 아일랜드 더블린 오코넬 거리의 ‘더블린 스파이어’ 같은 국가상징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계획이 발표된 후 일각에선 지나친 애국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미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광화문광장에 국가주의적 조형물을 과하게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구윤모 기자 iamkym@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