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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왜?
뇌물 및 성접대 혐의와 관련한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와 귀가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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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의 무죄 판단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증거 부족, 또 다른 하나는 공소시효 완성.
우선 법원은 김 전 차관이 2006~2007년에 걸쳐 건설업자 윤씨로부터 13차례에 걸쳐 성접대 등을 받은 혐의에 대해선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됐다고 보고 재판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별장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 전 차관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 역시 내리지 않았다.
또 법원은 김 전 차관이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 이모씨와 윤씨 사이의 보증금 분쟁에 개입해 윤씨가 이씨에게 받을 전세보증금 1억원을 포기하도록 한 제3자뇌물수수 혐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윤씨가 명확히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고소 취지 당시 채무가 1억원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윤씨가 1억원 상당의 채무를 변제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윤씨 외에 다른 사업가 2명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에 대해서도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012년 사망한 저축은행 회장 김모씨로부터 1억5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추가기소 된 데 대해선 이 중 5600만원은 직무 관련성 및 대가성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나머지 9500만원은 공소시효 10년이 지났다고 판단했다.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8년간 신용카드를 받고, 명절 떡값으로 상품권 등을 수수하는 방식으로 총 4000만원가량을 받은 혐의에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앞서 검찰은 김 전 차관에게 징역 12년에 벌금 7억원을 구형했다. 3억3000여만원의 추징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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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천 강간도 무죄
건설업자 윤중천씨.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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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지난 15일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제공한 인물로 지목된 윤씨의 성폭력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윤씨는 여성 이모씨를 협박해 김 전 차관을 비롯한 유력인사들과 성관계를 맺도록 하고, 2006~2007년 이씨를 수차례 성폭행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정신적 상해를 입힌 혐의(강간치상)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법원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손동환)는 "피해자 진술이 오락가락한다"는 이유로 윤씨의 강간치상 등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강간치상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나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판결을 한다"고 밝혔다. 법원이 앞서 윤씨와 김 전 차관의 성범죄 관련 부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두 차례 검찰 수사와 같은 판단을 내린 셈이다.
윤씨는 사기와 알선수재 등의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5년 6월과 추징금 14억80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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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 조사, 검찰 수사 문제없었나?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 총괄팀장인 김영희 변호사가 5월 13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에서 열린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보고를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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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차관에 대한 별장 성접대·성폭력 의혹은 2013년 처음 불거졌다. 당시 두 차례 검찰 수사를 통해 김 전 차관은 성 관련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당시 사건을 최초 인지해 수사를 벌인 경찰과 피해 주장 여성이 반발해 의혹이 계속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발족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김학의 사건'을 재조사 대상으로 선정해 의혹을 밝히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과거사위의 실무기구인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지난해부터 지난 5월까지 김 전 차관 관련 의혹에 대해 대대적인 재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잡음도 수차례 발생했다.
지난 3월엔 해외로 나가려던 김 전 차관에 대해 긴급출국금지조치를 내려 적법성 논란이 일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피의자로서 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긴급한 필요가 있는 때에는 출입국관리공무원에게 '긴급출국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 김 전 차관의 출국 소식을 접한 진상조사단 소속 이모 검사는 개인 자격으로 김 전 차관에 대해 긴급출국금지를 요청했다. 진상조사단은 강제 수사권이 없어 출국금지 요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편법으로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서울동부지검에서 파견)가 권한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김 전 차관은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도 아니었다.
긴급출국금지조치로 인해 사실상의 피의자가 된 김 전 차관에 대한 검찰 수사는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 전 차관과 윤씨에게 적용한 성 관련 혐의에 대해 법원이 잇달아 무죄 판단을 내리면서 수사단 역시 무리한 수사를 벌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만 법조계에선 김 전 차관이 사업가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에 대해 법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무죄 판결을 내린 데 대해선 "검사와 스폰서의 관계를 용인하는 판결"이란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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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좀 쉬고 싶다"
뇌물 및 성접대 혐의와 관련한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와 귀가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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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이 끝난 뒤 김 전 차관은 변호인들에게 "수고했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재판을 방청한 김 전 차관의 가족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가장 논란이 됐던 성접대 문제는 공소시효 문제가 컸고 다른 혐의들도 무죄를 예상했다"며 "검찰 항소에 따라 다음 재판을 조용히 준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무죄를 선고받은 김 전 차관은 오후 4시쯤 수감됐던 서울동부구치소 정문을 나섰다. 흰색 마스크를 쓰고 검은색 점퍼를 입은 모습이었다. "억울하지 않으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검은색 승용차에 올라탔다. 김 전 차관은 주변에 "좀 쉬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날 법원 판단에 대해 수사단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 뜻을 밝혔다.
김기정·김태호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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