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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단식 황교안이 꺼내든 책엔 "자유 위해 어떤 타협도 거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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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틀째 단식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그가 앉은 매트리스 한켠엔 자그마한 탁상이 있는데, 탁상 위엔 휴대폰과 흰 종이, 검은색 볼펜 등과 함께 책도 한권 놓여있다. 미국 공화당 정치인 배리 골드워터가 펴낸 『보수주의자의 양심』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의 지지자가 건네준 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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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하고 있다. 연합뉴스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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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배리 골드워터(Barry Morris Goldwaterㆍ1909-1998)는 미국 보수주의를 상징하는 정치인이다. 이 책은 골드워터가 1960년에 썼는데 350만부나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보수 우파의 아이콘’이 된 골드워터는 1964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기도 했다.

책의 핵심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선 어떠한 타협도 거부한다”는 것이다. 골드워터는 “자유의 수호에 있어서 극단주의는 결코 악이 아니며, 정의의 추구에 있어서 중용은 미덕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또 “평등의 명분으로 국가가 무분별하게 개입하기 시작하면, 권력은 비대해지고 인간은 의존적 존재로 타락하기 마련”이라며 “오늘날 보수주의자는 공포로 다스리는 독재자들과 싸우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집단주의자들과도 싸운다”고 주장한다.

책에서 골드워터는 기업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도 균형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분별한 기업 활동을 반독점법 등으로 효과적으로 규제했듯, 노조의 과도한 권력을 법적으로 분산하고 억제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권력 집중에 대해서는 다양한 규제를 하면서, 노조의 권력 집중에 대해서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면서다.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경고도 있다. “국가 복지주의는 개인을 본인도 모르게 의존적인 동물로 변모시킨다. 복지국가 아래에서는 인격에 대한 이러한 손상을 피할 길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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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미 대선 당시의 배리 골드워터 공화당 후보. [보스턴글로브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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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선풍적인 인기에도 골드워터는 1964년 미국 대선 본선에서 패배했다. 50개 주 중 6개 주에서 승리했고, 득표율은 36%에 그쳤다. “베트남전에 전술핵을 사용하자”는 발언 등이 그를 ‘극우주의자’로 몰았다. 골드워터의 낙선은 당시 경쟁주자였던 민주당 린든 존슨 후보 측이 내보낸 ‘데이지 걸’이란 이름의 TV 선거광고가 결정적이었다. ‘선거광고의 전설’로 불리는 이 광고는 어린 백인소녀가 데이지 꽃잎을 하나씩 떼어가며 숫자를 세다 끝까지 세었을 때 소녀 눈망울에서 핵폭발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장면이 들어있다. 골드워터의 대소련 강경책이 핵전쟁을 부를 수 있다는 주장을 담은 네거티브 정치광고였다.


하지만 정치적 논쟁이 가라앉은 뒤 골드워터의 보수주의는 다시금 조명받았고, 그는 1969년부터 세 차례 연속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44개 주를 잃고 미래를 얻은 사람”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낙선자” 등의 수식어도 붙었다. 1980년 레이건 대통령 등장 등 미국 보수주의 부활의 산파라는 평가다.

한국당 관계자는 “1960년대 미국은 탄핵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과 비슷하다”며 “책의 주요 내용은 황 대표의 철학과도 일맥상통한다. 비록 단식 기간이지만 간간이 책을 읽으며 좋은 영감을 얻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20일부터 단식에 들어가며 “더 이상 무너지는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두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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