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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미 한반도 평화체제 준비 부족” “북 관점서도 북핵 문제 바라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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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부산 포럼 미중 경쟁과 동아시아 평화 토론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소장

“비핵화 단계적 과정으로 설정 등

미 대북정책 근본적 재구성 해야”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미, 주한미군 중국 포위 역할 원해

철수는 동아시아 전략 포기로 인식”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

“평화체제 수립, 중 협력 필요하지만

개입 탓 늦어지는 현상 극복해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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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이틀째인 21일, ‘미-중 전략경쟁과 동아시아 평화와 협력’을 주제로 한국·미국·중국·일본의 전문가들이 마주 앉았다.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전 국방부 차관)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는 미-중 패권경쟁, 북핵,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까지 묵직한 과제들이 테이블에 올랐다.

■ 북핵 협상, ‘새로운 시각’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 소장은 기존 통념에서 벗어나 북한의 관점에서도 북핵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에 무조건적으로 일방적 항복만을 요구하며 ‘최대의 압박’ 정책을 지속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북한의 관점에서는 체제안전과 생존을 위해 핵무기의 보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의 가시적 성과를 먼저 달라고 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이것이 자신의 체제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며 “3대 세습 지도자인 김정은은 경제 발전으로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적 보상부터 먼저 받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고스 소장은 “미국의 대북 정책이 지난 30년 동안 실패했다고 생각한다”며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한 5가지 과제를 제안했다. △비핵화를 협상의 시작이 아니라 최종 목표로 할 것 △비핵화를 신뢰 구축 과정의 일부로 하는 단계적 과정 △비핵화를 평화체제 과정에 포함 △정권과 김정은 일가에 대한 안전 보장 △적대국이 아닌 일반 국가로서 북-미 관계 재정의 △제재 완화로 북한이 경제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게 할 것 등이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는 “북-미 관계가 정체된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얻을 수 있게 되자, 미국과 협상을 통해 조기에 비핵화를 하려는 북한의 동기가 줄어들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체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꼭 필요하지만 지금은 중국이 개입함으로써 평화체제 수립이 늦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역설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과제”라고 말했다.

■ 미국은 북핵 문제를 풀 의지 있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는 “냉전 질서 붕괴 후 30년 동안 이어져온 북핵 문제는 동북아 새 국제질서의 구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지난 30년 동안 북핵을 해결할 능력이 충분히 있었지만 해결되지 못한 것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2005년)과 2·13 합의(2007년)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과 동북아 새 질서 구축의 밑그림을 그렸는데도 실현되지 못하고 6자회담이 멈춘 것은 그 무렵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것과 관련돼 있다”고 짚었다. 미국이 중국을 경쟁 상대로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중국 견제에 나서면서, 북핵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중국 견제를 위한 ‘수단’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북핵 문제가 30년 동안 해결되지 않는 것은 강대국들의 동아시아 전략과 연동돼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하겠지만, 미국도 아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론자인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도 “과연 미국은 북한 핵이 미국 본토와 미국인들의 생명을 위협한다고 진지하게 생각하는가? 미국은 북-미 협상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고, 현상 유지를 목표로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연구위원은 “지금 미국의 최우선 관심은 북핵이 아니라 중국 부상을 견제할 남중국해 문제다. 미국의 전략적 초점이 동북아의 북핵에서 동남아로 이동하고 있다”고 짚었다.

■ 미-중 패권경쟁과 주한미군의 미래

진징이 교수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고려하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미국의 전략가 브레진스키는 ‘한반도에서 미군 철수는 일본에서 미국의 군사적 존재가 흔들리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했고, 키신저도 ‘미국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면 일본에서 미국의 군사적 위상이 문제가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진 교수는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미국이 종전선언은 쉽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미국은 하지 않았다”며 주한미군 철수로 이어질 우려 때문에 미국이 종전선언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주한미군 철수를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포기와 같은 것으로 본다”며 “미국 전략가들은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고 중국 포위전략에 동참해 남중국해, 대만 문제에도 나서게 하기를 원한다”고 짚었다.

니시노 교수도 한반도 평화체제가 진전될 경우 일본이 대비해야 할 3가지 요소로 △주한미군의 변화 △유엔사 위상 변화 △전작권 전환 이후 한미연합사 체제 변화를 꼽았다. 그는 “주한미군이 감축되면 기본적으로 이 지역의 군사적 균형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며 “현재 동북아 군사적 지형에서 일본에 더 큰 안보 부담이 올 것이라는 게 일본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일 관계가 너무 안 좋아 새로운 안보 상황에 대한 전략적 소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양국의 국내 정치와 동북아 안보 환경에서 일어난 거대한 변화들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한-일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인 김진기 부경대 교수는 “2016년 7월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 이후 그해 11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이 체결된 것은 중국의 부상을 늦추고 억제하려는 미국의 전략과 연결돼 있다”며 “지소미아 연장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에 한국도 일본도 버티고 있는데, 미국의 힘이 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원동욱 동아대 교수는 “중국은 미국 주도의 질서에 참여하면서 부상했지만, 체제 안에서 자국의 역할을 증대하면서 체제에 일정한 도전을 가하고 있다”고 했다.

부산/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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