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에 맡겨야" vs "민주주의 상징으로 재구성"
'광화문광장의 역사적 위상과 월대' 토론회 |
(서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역사 전문가들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역사적 의미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21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는 서울시가 주최한 '광화문광장의 역사적 위상과 월대(月臺)'를 주제로 한 역사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배정한 서울대 교수는 "왜 봉건시대 조선의 궁궐 앞터를 복원하는 일에 2019년에 집착해야 하는가"라며 "월대(月臺·궁전 건물 앞에 놓는 넓은 단)도 중요하지만, 그 복원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큰 설득력은 없는 것 같다"고 의문을 표했다.
장지연 대전대 교수는 "광화문광장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지만, 저는 그 중요성을 해체해야 하는 시기라고 본다"며 광화문광장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제시했다.
장 교수는 "광화문 앞 공간 논의가 30여년째 이어지는데 이는 '87 체제'의 공간 투쟁 역사와 관련이 깊다고 본다"며 "식민지배와 독재의 과거사를 청산하겠다는 목표 속에서 그것을 공간적으로 구현하겠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 과제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하는가 점검해야 한다"며 "지금의 광화문광장 계획이나 월대 복원은 심하게 말하면 자폐적 계획 아닌가 싶다. 광화문광장에 대한 의제 제시는 후속 세대에 맡길 때도 되지 않았는가"라고 물었다.
서울시에서 토론자로 나온 임창수 광화문광장사업반장은 "경복궁 앞 공간에는 모든 국민이 한 번씩 와 보고 1천200만 외국인이 찾는 곳"이라며 "이 공간에 투자하는 것은 소위 말하는 '가성비'가 가장 높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월대 등 역사적 구조물 복원과 광화문광장에 대한 민주적 의미 부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20세기에도 광화문 앞이 지니는 국가적 상징성은 중세적이고 전제적인 '절대 권력'이 독점했다"며 "이곳을 현대 민주주의의 상징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과제"라고 제시했다.
전 교수는 "여기서 월대는 역사와 현실, 전통과 현대, 왕도정치와 시민주권을 구분하고 연결하는 아이콘"이라며 "이는 우리가 민주주의를 발전 시켜 가면서도 전통을 배려하고 역사의 연속성을 존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광화문광장 일대 민간 고층 건물들을 비판하며 "이 건물들은 전통과 민주적 가치 모두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며 "현재의 건축 경관을 수정할 가능성은 없는가"라고 물었다.
경기대 안창모 교수는 "재구조화 사업을 촉발한 사건 중 하나는 현 대통령이 이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고 집무공간을 아래로 옮기겠다고 했던 것"이라며 "이는 재구조화를 할 때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봤다.
서울시립대 염복규 교수는 "역사성 회복이란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며 "오늘날 시점에서 의미와 설득력을 가지려면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담아야지 과거지향적인 생각이 깔려 있으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의 전면 재검토와 소통 강화를 선언한 이후 전문가, 지역주민, 일반 시민 등과의 토론회를 잇달아 열고 있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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