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당나귀 보호소' 분석…가죽서 '보양 원료' 얻느라 '떼죽음'
독일의 한 동물원에 거주하는 당나귀 가족 |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중국에서 당나귀 가죽으로 만드는 약재가 인기를 누리며 전 세계적으로 당나귀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동물보호단체 '당나귀 보호소'(Donkey Sanctuary)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당나귀 아교' 즉 '어자오'(阿膠) 산업으로 현재 4천400만 마리에 이르는 전 세계 당나귀 수가 향후 5년간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어자오는 당나귀 가죽과 내장 등을 고아 굳힌 중국 전통 약재로, 민간에서 빈혈 치료와 혈액순환 등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내 인기 영향으로 최근 한국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도 '당나귀 아교' 식품과 화장품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어자오 수요를 맞추러면 한 해에 당나귀 480만 마리를 도살해야 한다.
1992년 이후 자국 당나귀 수가 76%나 감소한 중국이 남미와 아프리카 등으로부터 당나귀를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 개체수도 급격히 감소했다.
2007년 이후 당나귀 개체수는 브라질에서 28%, 보츠와나에서 36%, 키르기스스탄에서 53%나 각각 감소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이어 케냐와 가나에서도 어자오 산업으로 인해 당나귀가 급감할 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나귀 가죽으로 만든 어지아오 |
보고서는 어자오 생산 과정의 참혹한 상황도 조명했다.
당나귀들은 물과 사료도 없이 장시간 생산시설로 실려가는 중에 20%가량이 죽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동하면서 다리가 부서지고 발굽이 잘려 나가는 일도 흔하다고 한다.
이는 부상과 질병이 당나귀 가죽값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업자들이 당나귀를 함부로 취급하는 탓이다.
현재 당나귀를 보호하기 위해 18개국이 관련 산업을 규제하고 있지만, 가나와 말리 등 법으로 금지된 곳에서도 여전히 당나귀 도살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무분별한 당나귀 가죽 유통으로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탄저병과 파상풍 등이 감염될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당나귀 보호소는 어자오 업계가 인공 콜라겐 등 대안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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