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국민청원 게시 하루 만에 7만 동의
지난해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진행된 ‘2018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4강전. 라이엇 게임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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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비’를 아시나요?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ㆍ롤)’ 게이머들 사이에선 유명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겐 생소할 수도 있는데요. 카나비는 e스포츠 롤 프로팀 그리핀에서 활동 중인 프로게이머 서진혁(18)군을 부르는 게임상 닉네임입니다. 미성년자인 서군은 롤 게임계에서 미래가 촉망되는 초특급 유망주로 꼽히죠.
그런데 최근 카나비의 이름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습니다. 이른바 ‘그리핀 카나비 사건’ 때문입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사건을 불공정 사기ㆍ협박 사건으로 규정하고 검찰 수사를 촉구하면서 공론화됐는데요. 급기야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어요. 하루 만에 동의 수 7만 1,000여명을 기록했으니,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하기엔 대중의 관심이 상당한 셈입니다. 그리핀 카나비 사건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시선을 끌까요.
이번 사건의 논란 지점을 요약하면 그리핀의 조모 전 대표가 미성년자인 서군을 속여 해외 구단에 이적시키려 했다는 겁니다. 조 전 대표가 서군을 중국 프로팀 징둥게이밍(JDG)에 임대하고, JDG와 서군의 이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이적료를 챙기기 위해 서군을 압박해 5년 장기계약을 맺게 했다는 건데요. 이를 두고 하 의원은 “게임판 아이돌 노예계약 사건”이라고 정리하기도 했답니다. 서군과 그의 부모가 관련 법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그리핀이 서군의 노예계약을 이끌고 거액을 뽑아내려다 들통이 났다는 주장이죠.
사건은 ‘씨맥’(닉네임) 김대호 전 그리핀 감독이 온라인 방송을 통해 폭로하면서 알려졌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조 전 대표는 지난 12일 그리핀 대표 직을 공식 사임했어요. 그러나 조 전 대표는 최근 언론매체 인터뷰를 통해 김 전 감독의 주장을 부인했고, 형사고소를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그리핀 카나비 사건'과 관련 재조사를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이 청원은 게재 하루 만에 동의 수 7만여명을 돌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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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 코리아, 한국e스포츠협회(KeSPA)로 구성된 LCK 운영위원회는 이 사건 관련 조사를 벌여 20일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 발표 이후 논란이 더 커졌습니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 행위 아니냐는 지적 때문입니다.
LCK 운영위원회는 조 전 대표뿐 아니라 사건을 폭로한 김 감독도 무기한 출전 정지 조치를 내렸고, 그리핀에는 벌금 1억원을 부과했죠. 김 감독을 징계한 이유에 대해서는 “(김 감독이) 그리핀 감독으로 재직할 당시 일부 선수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는 제보를 접수했다”며 “LCK 리그 내에서 부여 받은 감독이라는 지위에서 이루어진 폭언 및 폭력적인 행위는 더욱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어요.
그러나 하태경 의원은 “김 감독은 보호 대상이고 상을 받아야 할 사람이지, 징계 먹고 보복 당해야 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내부고발자가 상을 받기는커녕 보복을 당한다면 누가 우리 사회 정의를 위해 내부 불법비리를 고발하겠나”라고 꼬집기도 했죠. 그는 또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e스포츠에 또 다른 피해자가 없는지 정부 차원의 강력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스포츠 시장에는 서군 외에 이제 막 성인이 됐거나 미성년자인 선수들이 많습니다. 어린 선수들은 법률 정보에 상대적으로 취약해 계약 과정에서 부당한 피해를 입기 쉽죠. 선수 생명이 길지 않은 시장 특성상 5년 계약은 노예계약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게이머들의 중론입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선수들이 날개를 펼쳐보기도 전에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e스포츠계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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