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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빅이슈가 만든 굿즈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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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홈리스 자립 돕는 빅이슈코리아 서정화 신임 이사장 “모금사업 적극 펼칠 것”

9년 동안 800여명 잡지 판매 경험

봉사자 1만·재능기부 셀럽 130명

재정부담 커지고 내부갈등 생기자

사업·조직 재정비해 제2도약 나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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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빅이슈코리아(빅이슈)는 홈리스(노숙인)가 자립 의지를 갖도록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2010년 공식 출범했다. 2008년 포털 카페 ‘빅이슈 한국판 창간준비모임’부터 따지면 벌써 10년이 넘어간다.

홈리스에 대한 사회의 지원에는 어려운 면이 많다. 상당 기간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노숙인 복지시설, 비주택 주거시설(쪽방, 고시원 등)에서 생활하는 사람 가운데 주민등록이 없는 이들은 복지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이기 일쑤다. 빅이슈는 잡지 <빅이슈>를 격주로 발행(1만5천 부)해 홈리스 판매원(빅판)들이 지하철 출입구에서 팔아 수익을 올린다. 빅판은 5천원 잡지를 첫 10부는 무료로 받고, 이후엔 절반 값으로 사서 판매한다. 현재 서울, 경기, 대전, 부산의 주요 지하철역과 거리에서 60여 명의 빅판이 활동하고 있다.

빅이슈는 올해 5월 새 이사진을 꾸렸다. 이사장은 5명 이사(최근 빅판과 직원 대표 각 1명이 추가 선임)의 전원 동의로 서정화(58) 열린여성센터 소장이 맡았다. 서 이사장은 대학 졸업 뒤 노동운동을 10여 년 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노숙인 상담을 하면서 사회복지 영역으로 들어섰다. 2004년 여성 노숙인을 위한 시설 ‘열린여성센터’를 만들어 15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6일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 있는 빅이슈 사무실에서 서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홈리스 자립 지원 활동가로서 빅이슈가 건강하게 성장해가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다”며 이사장직을 맡은 이유를 말했다.

지난 9년 동안 800여 명 홈리스가 빅판으로 등록해 활동했다. 일정 기간 이상 활동한 이들은 월평균 90만원 정도 벌 수 있다. 자립을 위한 주거 지원과 취업 상담도 받는다. 현재 빅판을 포함한 홈리스 82명이 빅이슈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에서 살고 있다. 30여 명은 경비원, 사회적기업 직원 등으로 취업했다. 빅이슈는 이런 사회적 성과를 인정받아 SK그룹이 사회문제 해결에 힘쓴 기업들에 주는 ‘사회성과 인센티브’를 4년 연속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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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활동엔 빅판을 돕는 자원봉사자도 참여한다. 교육을 받고 판매도우미(빅돔)를 한 사람이 1만 명을 넘고, 셀럽 130여 명을 포함한 재능기부자 3500여 명도 함께한다. 신입 빅판들은 대부분 사람과 눈도 맞추지 못하고, 크게 목소리 내는 것도 어려워한다. 홈리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도 적잖다. 이런 환경에서 빅돔은 빅판들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 셀럽들은 <빅이슈> 표지 모델이 돼 돕는다. 이승기, 하정우, 아이유, 여진구, 카이 등이 표지 모델로 재능기부를 했다. 서 이사장은 “누군가가 자신들을 응원해준다는 느낌이 빅판들의 자립 과정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했다.

잡지 제작·판매와 복지서비스를 같이 하는 빅이슈엔 늘 재정 부담이 따라붙는다. 해마다 1억6500만원 이상이 주거복지서비스 비용으로 나간다. 최저 주거비 확보와 자립 의지를 북돋우기 위한 인센티브 등으로 연 3만여 권의 잡지를 빅판들에게 무료로 주기 때문이다. 얼마 전엔 사회적기업 공제기금의 대출을 받아야 했다. 서 이사장은 “매달 참 어렵지만, 함께했던 수천 명이 있기에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했다.

지난달부터 새 이사진과 직원들은 사업과 조직을 정비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우선은 국외 빅이슈의 경험을 벤치마킹해 브랜드를 활용한 달력, 다이어리와 같은 굿즈를 팔고 온라인 서점(숍빅이슈)을 새로 단장하기로 했다. 새로운 미디어 사업 모델을 짜기 위해 내부 책임자와 외부 전문가로 미디어사업단도 꾸렸다. 그리고 기금 마련을 위한 모금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빅이슈는 공익활동을 하는 비영리 법인이자 지정기부금단체로 등록돼 있지만, 그간 잡지 제작과 판매 사업에만 집중해오다 보니 기부금 모금 활동은 매우 소극적이었다. 조만간 모금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짜 추진하려 한다.

난제를 풀어가야 할 수장으로서 서 이사장의 어깨는 무겁다. 얼마 전 내부갈등이 불거지면서 편집국 기자 네 명이 모두 회사를 떠나는 가슴 아픈 일도 있었다. 서 이사장은 “나름 적극적으로 조율해봤지만, 서로의 간극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함께하는 홈리스들로부터 ‘빅이슈 덕분에 행복하다’는 말을 들으면 힘든 것도 잊는단다. 한 여성 홈리스가 1년 정도 빅판 활동을 하며 저축도 하고 임대주택 보증금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서 이사장의 은퇴 뒤 꿈은 가족 관계가 끊어진 여성 홈리스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서로 외롭지 않게 텃밭도 가꾸며 어울려 살아가고 싶다”며 따뜻한 미소를 머금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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