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시민단체 모여 추모위원회 결성
21일 서울 성북구에 시민분향소 설치
"생활고로 세상 등졌다니 가슴이 무너져"
"빚 독촉이 얼마나 무서운 지 안다"
성북 네 모녀 추모위원회는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분수마루에 시민 분향소를 마련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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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생활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성북 네 모녀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이대로 보낼 수 없었습니다.”
성북 나눔의 집의 최돈순 신부는 성북 네 모녀를 위한 시민 분향소를 21일 열었다. 최 신부가 시민 분향소를 열기로 마음을 먹은 계기는 `생활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경찰의 공식적인 발표 때문이었다.
◇“빈곤이 사망 원인이라니…”…눈물 닦는 시민들
최 신부는 경찰 발표가 있고 난 뒤 곧 바로 지역 내 시민단체에 시민 분향소를 제안했다. 나서서 시민 분향소를 만든 것은 30년 신부 생활 중 처음이었다. 그는 “성북구의 한 시민으로서 우리 이웃을 외롭게 보낼 수 없었다”며 “빈곤이 사망의 원인으로 밝혀진 현실이 참담하다”고 했다. 최 신부의 제안에 빈곤 단체 등 67개 단체가 분향소에 참여했다.
최 신부가 중심이 돼 성북 네 모녀 추모위원회도 만들었다. 최 신부는 “기꺼이 성북구 내 시민단체가 추모위원회를 만드는 데 흔쾌히 응했다”며 “아마 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네 모녀 사건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분향소는 성북동 모녀의 집에서 1㎞가량 떨어진 동선동 분수마루에 마련됐다. 분향소는 이날 하루만 설치될 예정이다.
이날 분향소에는 네 모녀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동대문구에 사는 기초생활 수급대상자 A(51)씨는 분향소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A씨는 “빚 독촉을 받아 본 사람은 그 압박감이 사람을 얼마나 옥죄는 지 안다”며 “자괴감과 두려움을 느끼다 결국 세상을 떠났을 네 모녀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얼마나 힘들면 삶을 포기했겠냐”며 “세상이 자신을 무시하는 기분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북 네 모녀 추모위원회가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분수마루에 시민 분향소를 마련하기 앞서 복지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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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모녀 사건은 빚으로 사는 자영업자의 단면”
이날 분향소 설치에 앞서 성북 네 모녀 추모위원회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발언에 나선 송민기 인디학교 대표는 “더 이상 이런 안타까운 죽음이 없어야 한다”며 “빚에 의존해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자영업자의 상황은 성북 네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의 씨앗이 된다”고 강조했다. 성북 네 모녀 중 첫째 딸과 셋째 딸은 주얼리 온라인 쇼핑몰(자영업)을 운영해왔는데, 사망 전까지 대출 등 빚 도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그는 복지 확충을 요구했다. 송 대표는 “위기와 빈곤에 빠진 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는 사회를 요구한다”며 “이번 사건이 잠깐 동안 안타까워하는 사건으로 묻히지 않도록 기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복지 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구체적으로 부양의무자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발언에 나선 윤해숙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가족이 있으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부양의무제도는 정부의 복지 책임을 가족들에게 떠넘기는 후진적인 제도”라며 “아마 성북 네 모녀가 지자체에 도움을 처했다 한 들 이런 이유로 복지 혜택이 거부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양 의무자 제도를 조속히 손봐야 한다”며 “이와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는 조속히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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