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키코 분조위를 DLF 보다 먼저 열 계획”이라며 “모두 올해를 넘기지 않겠다”고 말했다.
키코 사건 분쟁조정은 지난해 5월 윤석헌 원장이 부임한 이래 1년 반 동안 준비해온 금감원의 핵심 과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키코 공동대책위원회를 처음으로 면담했다. 최종구 전 위원장 시절과 달리 은 위원장은 윤 원장과의 ‘원 팀’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은행은 분조위의 조정안 수용을 거부할 수 있다. 금감원이 당초 올 상반기 열 예정이던 분조위를 수개월째 미뤄온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키코 관련 대법원 판례도 있어, 상충위험도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DLF와 관련해서는 “분조위 결정을 전적으로 따르겠다”고 자세를 바짝 낮췄지만 키코와 관련해서는 한 번도 공식 언급을 하지 않는 ‘로우 키(low key)’ 행보다.
키코 관련 은행들은 “도의적으로 배상을 하고 싶어도 이미 대법원 판결이 난 사항인 만큼 주주들에 대한 배임 소지가 우려된다”며 키코 분쟁조정에 난색을 표해왔다.
다만 DLF·라임 사태 등 최근 잇따른 대규모 소비자피해 사건으로 금융당국 전반적으로 소비자보호를 어느때보다 강조하는 분위기다. 하나·우리은행의 경우 키코 분조위에 이어 DLF 분쟁조정과 제재 절차도 밟아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분조위가 4개 피해기업별로 각각의 배상비율을 정하면 나머지 기업들은 각각의 상황에 맞춰 자율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한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환율이 일정 범위를 넘어설 경우 손해가 발생하는 환헤지 파생금융상품이다. 중소기업 1000여 곳이 은행에서 판매한 키코상품에 가입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폭등하며 수조원대 피해를 봤다. 당시 일부 기업들이 “은행이 사기 상품을 팔았다”며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은 2013년 은행 손을 들어줬다. 이번에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기업은 일성하이스코·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재영솔루텍 등 4곳이며, 은행은 우리·하나·신한·씨티·산업·DGB대구 등 6곳이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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