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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서울시교육청, 인헌고 교사 징계 안 한다…“정치편향 교육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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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적으로 문제가 될 특정 이념·사상 강제로 가르치거나

정치편향적, 정파적 교육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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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편향’ 논란에 휩싸였던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교사들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징계를 내리지 않기로 했다. 교육적으로 문제가 될 특정 이념이나 사상을 강제로 가르치지 않았고 사회통념 수준에서 교육적으로 지도했다는 판단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1일 ‘인헌고 특별장학 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주의, 경고 등 행정처분이나 특별감사를 의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인헌고 일부 재학생이 ‘학생수호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교사들의 ‘정치 편향’을 주장하고 나서자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0일까지 한달 동안 특별장학을 실시하고 ‘학생수호연합’ 소속 학생 2명 면담을 시작으로 전체 재학생 대상 설문조사, 교사 면담 등을 진행했다.

특별장학 과정에서 실시한 설문조사(441명 대상) 결과를 보면, 지난달 17일 있었던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기념’ 교내 마라톤 행사에서 선언문띠 제작과 마라톤 구호 제창에 강제성이 있었다고 답한 학생이 각각 21명과 97명이었다. 교사가 ‘조국 뉴스는 가짜다’고 말한 것을 들은 학생은 29명, ‘너 일베냐’고 말한 것을 들은 학생은 28명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근거로 “학생들의 시각에서 교사들의 일부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면서도 “단지 전후 맥락상 교사 발언을 법적·행정적 징계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성격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특히 지속적·반복적·강압적으로 이뤄지는 특정 정치(사상) 주입이나 강제, 정치편향 교육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인헌고 교사의 발언과 행동은 ‘사회적 현안 교육에 대한 규범과 원칙’이 완벽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통념에 따라 통상의 시민적 존재로서 교육적 지도과정에서 한 발언과 행동이라는 판단이다.

또 해당 마라톤 행사는 서울시교육청의 관련 공문에 따라 학교에서 계획, 추진한 활동으로 우리 사회의 전반적 정서를 반영한 사회현안인 한일관계를 다뤘다는 점에서 그것을 특정한 (정치) 사상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봤다. 일부 학생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마라톤 사전교육활동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진행하는 방향으로 이뤄졌으며, 교육활동의 목표와 부합하지 않은 경우 그에 따른 지도가 있었고, 이를 교사의 강요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달리기 시작 전 외친 구호 역시 ‘대한독립만세’, ‘일본의 경제 침략에 반대한다’ 등 일반적인 내용이고, 이 내용에 반대하거나 구호를 복창하지 않은 경우에 제재나 강요도 없었다. 대부분의 학생은 별 거부감을 갖지 않고 통상적인 교육활동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다만, 그 과정에서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관점이 있고 일본기업 근무 가족이 있는 일부 학생들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조국 뉴스는 가짜다’, ‘너 일베냐’는 발언 역시 있었지만, 특정 발언을 특정 교사가 반복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고 봤다. 특히 ‘일베’ 용어에 대해서는 그 용어가 갖는 혐오적·차별적 의미를 설명할 때 또는 학생이 밝힌 특정 의견이나 물음에 응대하는 과정에서 의도치않게 교사가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경우가 있었으며, 교사의 발언에 해당 학생이 문제제기하는 경우 교사가 학생과 학급에 사과하는 등 자율적 해결노력도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의 감수성이 예민하고 교사의 영향이 지대한 상황에서 돌발적이고 거침없는 학생 발언에 대응하여 의도치않은 일부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학생이 불편한 감정을 갖게 한 점은 성찰할 지점”이라며 “교사의 경우 더 높은 수준의 감수성으로, 사회적 통념과는 ‘다른’ 의견을 갖는 학생에 대해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를 학교 차원에서 좀 더 충분히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사회현안교육(정치교육)의 규범과 원칙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 원칙(교사에 의해 강압적인 정치적 교화를 금지하고, 논쟁적 주제를 회피하지 않고 토론하고, 판단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참고해 이른바 ‘서울형 사회현안(정치) 교육 원칙’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서울시교육청은 “일부 단체와 정치권은 교육의 중립성을 침해하는 부당하고 과도한 개입을 멈추고, 일부 언론도 학교와 교육의 장에서 정치적 대립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도에 신중하기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인헌고 사태’는 지난달 23일 인헌고 3학년 최아무개(18)군과 김아무개(18)군이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이라는 단체 이름을 내걸고 기자회견을 하면서 불거졌다. 이 자리에서 최군은 교내 마라톤 행사에서 “일부 교사가 1주일 전부터 학생들에게 반일 문구가 적힌 선언문을 적으라고 지시했다. 마라톤 행사 때는 ‘일본 경제침략 반대한다. 자민당 아베 망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도록 시켰다”며 “정치적 선언문을 몸에 붙이지 않은 사람은 결승선에 못 들어오게 했다”고 주장했다. 최군은 이어 “한 교사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를 두고 ‘검찰이 악의적으로 조 전 장관을 사퇴시켰다’는 뉘앙스로 얘기했다”며 “다른 의견을 제시한 학생에게 가짜뉴스 믿으면 ‘개돼지’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학생에게 “일베 아니냐”고 말한 교사가 있다는 주장도 했다.



<인헌고 사태에 대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입장문 전문>

최근 인헌고 사태가 우리 사회의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번 사태는 ‘교사들이 교육 활동 중 정치 편향적 발언과 지도를 했다’라고 일부 학생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외부단체가 이에 동조하여 학교 외부의 사회적 이슈로 확장돼서 증폭되었습니다.

이번 인헌고 사태를 부정적인 시각에서 우려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인헌고 사태를 계기로 우리의 고등학교가 서로를 존중하는 자유로운 교육적 논쟁 공간이자 토론 공간 그리고 이를 통한 성숙의 공간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습니다.

저는 민주주의 교육이라는 견지에서, 학교, 특히 고등학교는 단순히 대학입시를 위한 암기식 지식교육의 현장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는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산실이어야 하며, 학생들은 그 속에서 스스로 비판적 사고능력을 갖추고 토론하면서 자기 입장을 정립해가는 주체적인 사유역량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교육의 각 주체는 이번 사태를 성찰적으로 바라보면서, 더욱 바람직한 방향으로 상호 존중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관련하여, 우선 이 사태를 촉발하고 문제를 제기한 학생들이 남다른 감수성으로 교사와 다른 시각과 생각을 지니고 행동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기성세대의 지식과 시각에 의문부호를 던지는 것 자체가 터부시되거나 금기시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기존의 지식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은 오히려 과거의 지식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지식이 만들어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위 학생들도 성찰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학생들이 지금 가지고 있는 의견도 인류의 보편적 가치, 즉 민주주의, 인권, 평화, 정의 등에 비추어 동등하게 비판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검토되지 못한 섣부른 신념화는 독선으로 흘러 자신과 사회에 매우 위험할 수 있음을 꼭 유념해주었으면 합니다. 이런 점에서도 앞으로 ‘사회현안 토론 교육’을 통해 학생과 학생 간에, 교사와 학생 간에 치열한 토론이 가능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특별장학의 결과에 따르면 교사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감수성이 예민하고 이전과 달리 다양한 주체적 시각을 갖고, 또한 교사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성찰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특별장학의 결과 서울교육청에서는 “교사들의 일부 부적절한 발언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단지 전후 맥락상 교사의 발언을 법적 행정적 징계의 대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성격은 아니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특히 지속적 반복적 강압적으로 이루어지는 특정 정치(사상) 주입이나 강제, 정치편향 교육 활동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상적인 사회적 통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기성세대로서 젊은 학생세대의 발언에 대해 지도적 발언-그것이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을 할 때 더욱 섬세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기성세대이면서 한편 교육자로서 일부 학생들의 ‘친일적’ 발언과 ‘혐오적’이고 ‘적대적인’ 발언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일베’ 등의 용어나 ‘조국 뉴스’ 관련 발언 등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일면 기성세대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충분히 이해되는 바이기도 합니다.

다만, 기성세대와는 다른 촛불혁명 세대의 새로운 감수성과 교육자의 영향력 그리고 책임감에 대해 성찰해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때에 친일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새삼 새롭게 하고, ‘일본 경제침략 반대’라는 인식 아래 한일무역 갈등에 대해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라는 단호한 태도로 접근할 수 있지만, 역사적 삶의 배경이 다른 젊은 세대는 그들만의 감수성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즉, 기성세대에게는 ‘당연한 것’이 젊은 세대에게는 ‘설명받아야 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특별한’ 의견을 갖는 학생을 개방된 토론 공간으로 나오도록 지도하지 않은 것조차도 교사들의 책임으로 수용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점을 전제할 때, 이번 사태를 ‘누가 더 잘못했는가’하는 관점이나 법적 행정적 처벌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성찰적 변화와 그동안의 모호한 상황에 대한 새로운 규범과 규칙 정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는 다양한 갈등이 일어납니다. 갈등적 요소도 있습니다. 때로는 도덕적 사안으로 다루어야 할지 사법적 사안으로 다루어야 할지 그 경계가 모호한 사안도 있습니다. 성장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어떻게 미래지향적인 사고와 인식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개별 상황에서 매번 명확한 규범과 규칙이 존재하는 것도 아닙니다. 학생들 의견도 다양할 수 있고, 교사의 의견도 다양할 수 있습니다. 인헌고 사태처럼 다른 의견이 갈등적 관계로 만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학교 사안이 생길 때마다 그것들이 바로 학교 외부의 정치적·사회적 집단과 연계되면서 이슈화된다면, 학교는 고통스럽게 외부의 힘에 휘둘리게 됩니다. 이번 인헌고 사태가 바로 그런 위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와는 정반대로 학교가 자정 능력을 갖춘 ‘상호 존중하는 자유로운 교육적 토론 공간’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인헌고 사태는 갈등 사안으로만 주목받았지만, 사실은 오히려 그러한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각자가 성찰적 관점에서 자신을 돌아보면서 미래지향적인 규범과 규칙을 정하는 방향에서 논의하고 지혜를 모아가기를 소망합니다.

나아가 교육청과 교육부는 학교가 ‘상호 존중하는 자유로운 교육적 토론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사회현안 수업과 관련된 명확한 규범과 규칙을 마련하는 것에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점에서 다양한 사회현안이나 갈등적 사안에 대해서 명확한 규범과 규칙을 만들어내지 못한 교육청의 근원적인 책임, 혹은 우리 사회의 근원적인 책임(다양한 사회현안이나 갈등 사안을 금기시하고 토론의 대상으로 만들지 못한 점, 그리고 그에 대한 규범과 규칙을 제정하려는 노력을 지금껏 못한 점 등)이 있습니다.

그동안은 다양한 사회현안에 대해 금기시하고 다루지 않는 방향을 취하고 있어서, 인헌고 사태에서처럼 규범상으로, 그리고 규칙상으로 모호한 상황이 조성된 것입니다. 예컨대 교사가 “온 국민이 분노하고 참여하고 있는 ‘일본상품 불매운동’의 상황에서 어떤 발언까지가 허용되는가?” “학생이 친일본적 발언을 했을 때 그에 대해 어디까지 지도적 발언을 할 수 있는가?”, “학생들이 사회 일부에서 존재하는 여성 ’혐오‘적 발언과 인식을 가질 때, 교사는 어디까지 지도적 발언을 할 수 있는가?”, “학생 전체가 모여서 하는 집단적 행사에서 어디까지 집단성이 허용되고 개별성이 어디까지 표현되어야 하는가?” “다양한 입장이 분출하는 논쟁적 사안에 대해서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의 기준은 무엇이며 정치적 중립성은 어떻게 교육과정에서 실현되어야 하는가?”,“교사의 교육권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허용할 것인가?”, “교사의 ’정치적 편파성‘의 적절한 기준은 무엇인가?” 등등의 쟁점에 대해 모호한 점이 있는 것입니다.

이에 서울교육청은 이번 인헌고 사태를 성찰적 계기로 삼아,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풀어가기 위하여, 먼저 다양한 교원단체와 함께 TF를 구성하여, 이에 대한 규범과 규칙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고자 합니다. 일차적으로 교원단체들과 나아가 학부모, 학생들과 함께 이런 노력에 나서고자 합니다. 이 TF와 의견수렴과정에서 독일의 ‘보이텔스바흐협약’ 선례를 계승하고 참고하면서도 ‘한국형 보이텔스바흐협약’ 모델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에서부터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고 장단점을 보완해서, 전국적인 모델로 가져갔으면 합니다.

학교는 반목의 장소가 아니라 성장의 터전이어야 합니다. 이번 인헌고 사태가 서로의 부족함을 탓하는 반목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 성찰하고 반성하며 미래지향적인 규범과 규칙을 만들어 가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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