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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 (수)

유색병 사용 제한 한 달 앞…업계 "산업 특성 몰이해 '탁상행정' 불만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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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25일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

유색 주류 용기, 화장품 용기 등 '무색'으로 바꿔야

업계 "제품 품질, 이미지 손상 우려↑…대안 마련도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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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차민영 기자] 유색병 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원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시행(12월25일)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적용을 받는 주류, 제약, 화장품, 식품 등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제품 보존기간 등 품질 관리 및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유색 용기를 사용해야 하지만 이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서다. 일각에서는 병 색깔로 재활용 여부를 규정하는 것은 세계 유일한 규제로 업계 특성을 모르는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업계 현황을 모르는 조치로 결국 소비자 부담만 높이는 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다음달 25일 '재활용을 극히 저해하는 재질ㆍ구조를 원천 금지'하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시행한다. 개정안은 종이팩ㆍ유리병ㆍ철캔ㆍ알루미늄캔ㆍ페트병 등 9개 포장재를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3등급으로 분류하던 현행 기준을 세분화해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등으로 나눴다. 어려움 등급을 받을 경우 최대 30%의 환경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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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 포장재 재활용 등급기준(자료: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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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맥주 페트병과 와인ㆍ위스키병 등이다. 페트병의 경우 몸체가 '무색'이어야 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주류 업체 대다수는 맥주 제품에 갈색 페트병을 사용하고 있다. 짙은 색상을 사용한 와인ㆍ위스키병 등도 재활용 용이성 '어려움' 등급을 부여받게 됐다.


주류업계는 "병 색깔로 재활용 용이성 등을 규정하는 것은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입장이다. 소주의 경우 무색으로 페트병을 바꿔도 제품 변질 우려가 없기 때문에 교체를 빠르게 진행 중이지만 맥주 페트병을 무색으로 변경할 경우 직사광선, 자외선 등으로 인해 품질 저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하이트진로ㆍ롯데주류ㆍ오비맥주 등은 "다음달 말 환경부의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되면 관련 사항을 의논하기로 했다"며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대응에 나설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마땅한 대체재를 찾을 수 있을지 가능성은 미지수"라며 "대안이 없으면 유예기간을 두고 퇴출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듯하다"고 귀띔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 맥주 페트병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 많은 양을 담아낼 수 있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존재하는 포장재"라며 "어떤 결론이 나도 결국 소비자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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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문제는 수입해 들여오는 와인, 위스키다.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게 생산ㆍ유통되는 수입사 제품을 '친환경' 명목으로 국내에만 별도 제작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수입 주류까지 이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수입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와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칠레, 호주 등 대한국 주류 수출 국가들도 환경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에 나섰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세계무역기구(WTO)와 무역상기술장벽협정(TBT)에 한국 정부의 이같은 규제가 사실상 무역장벽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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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업계 역시 "심미적 가치와 기능적 요소가 중요한 화장품 용기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플라스틱, 유리가 주 재질인 화장품 용기는 고객의 시선을 끌기 위한 목적 외에도 변질 위험을 방지하고 화장품 구성성분 등 필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한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9개월의 계도기간을 준다고는 하지만 대형 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은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며 "용기의 중요성이 식품이나 생활용품보다 큰 곳이 화장품 업계인데 제품 표면에 '재활용 어려움'이라는 표시를 본 소비자들이 어떤 반감을 가지게 될 지 바로 상상이 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화장품의 경우 용기 자체가 브랜드의 상징이자 중요한 마케팅 수단 중 하나인데 규제대로 바뀌게 되면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읍소했다.


특히 화장품의 경우 K뷰티로 수출에 크게 기여하는 업종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의 경우 용기 자체가 브랜드의 상징이자 중요한 마케팅 수단 중 하나인데 규제대로 바뀌게 되면 글로벌 제품과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털어놨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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