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베트남 선원 가족들 일부 21일 제주행
베트남 현지에 있던 가족 10여명도 입국 절차
수색 길어지자 극도로 예민…언론취재도 거부
20일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대성호(29톤·통영선적) 실종자 11명을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제주지방해양경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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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차귀도 해상에서 불이 난 어선 대성호(29t·통영선적)의 베트남 선원 가족 중 일부가 수색 현장을 찾아가기로 했다. 실종자 11명 발견 소식이 사흘째 전해지지 않으면서다.
대성호 실종자 가족들을 지원하는 경남도 등에 따르면 통영시청 제2청사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대기실에 머무르고 있던 베트남 선원 가족 중 4명이 21일 오후 3시쯤 제주도로 갈 예정이다. 이 중에는 삼 형제가 모두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베트남 선원의 동생 2명도 포함돼 있다. 경남도는 제주로 이동하려는 가족들에게 항공편과 숙소 등 편의를 제공할 방침이다. 나머지 가족 10명은 통영에 머무르며 수색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베트남 현지에서도 애타는 마음에 한국으로 가려는 가족들이 입국 절차를 밟고 있다. 베트남 선원 6명의 가족 10여 명이 외교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비자는 이미 발급됐지만, 여권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22~23일 한국으로 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베트남 선원의 부인은 출산이 임박한 만삭 상태여서 직접 오지 못하고 삼촌이나 조카가 대신 한국으로 온다고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경남도는 베트남 선원의 직계 가족이 입국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재난구호기금 지원을 검토할 방침이다.
사고 직후부터 베트남 선원 가족들의 통역을 도맡고 있는 베트남 출신 통역사 서나래(37·한국 이름)씨는 “가족들은 지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기도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19일 오전 불이 난 대성호에는 총 승선원 12명 중 절반인 6명이 베트남 국적 선원이었다. 이 중 5명이 베트남 꽝빈(Quảng Bình)성의 어촌마을 타안수안(Thanh Xuản)에 살고 있던 일가친척이었다. 이 때문에 사위와 큰 처남, 가까운 친척 등 5명을 동시에 잃은 가족도 있고, 두 달 전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경남 진주에 신혼집을 차린 아내가 신랑을 잃은 경우도 있다.
제주 차귀도 해상에서 화재사고가 난 대성호에서 일한 한 베트남 선원은 불과 두 달 전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신혼이었다. 사진은 20일 실종자 가족이 공개한 결혼 사진. 김정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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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성호 실종자 가족들은 제주와 통영에 나눠 머무르며 가족 발견 소식을 기다리는 중이다. 극도로 예민해진 가족들은 언론 접촉도 거부하는 분위기다. 사고 당일인 19일 대성호 선원 중 유일하게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진 선원 김 모(60) 씨는 21일 오후 고향인 경남 사천시로 운구돼 빈소에 안치될 예정이다.
경남도는 사고 수습이 마무리될 때까지 실종자 가족들을 지원할 방침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통영시청에 선원 가족 대기실을 마련하고 구조상황을 신속하고 면밀히 공유하고 있다”며 “재난 심리회복 전문 상담인력을 배치하고, 베트남 국적 선원 가족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수색 당국은 20일 밤부터 21일 새벽까지 이어진 야간 수색에서도 실종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첫날보다 수색 범위를 4배 넓히고 경비함정과 선박 등 31척과 항공기 4대를 투입했지만, 선원 김 씨를 발견한 이후 실종자 발견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수색 당국은 날이 밝은 뒤에도 경비함정을 비롯한 민간 어선 등 35척과 항공기 17대를 투입해 실종자 수색을 이어갈 방침이다.
사고가 발생한 해상은 22일 오전까지 바람이 초속 8∼12m로 불고, 1∼2m의 파도가 이는 등 대체로 양호한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보됐다.
통영=위성욱·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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