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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ESC] 반려견과 함께 걷고 달리고 보물 찾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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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반려견 동반 액티비티 ‘마이 독 랠리’

지정 장소 찾아가 미션 완료하면 득점

“아이들 표정 보면 꼭 다시 오고 싶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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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보호자는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같은 시간이 아니다. 사람의 1년은 반려동물의 평생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시작된 이색적인 야외활동이 있다. ‘반려동물에게 함께하는 시간을 선물하자’고 보호자들을 독려하는 ‘마이 독 랠리’(My dog rally)다. ESC가 올해 마지막 ‘마이 독 랠리’가 열린 경기도 양평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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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곱게 든 산속에 있는 신난 표정의 개 한 마리. 기자가 구독하고 있는 한 에스엔에스(SNS) 계정의 외국인은 어디든 그의 반려견과 함께였다. 깊은 산속, 계곡, 바닷가, 강가 등 가리는 곳이 없었다. 눈이 와도, 비가 와도 함께였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반려동물에 관한 문화와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국내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야외활동의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마이 독 랠리’도 그 가운데 하나다.

‘마이 독 랠리’는 한 지역에서 반려견과 함께 갈 수 있는 여러 길과 장소를 알려주고, 각 길이나 장소의 특정 지점에서 수행 과제를 완료하면 얻는 점수로 경쟁하는 방식의 걷기 대회다. 반려견 동반 여행 상품 특화 상점 ‘고아웃위드독스’의 이경원 대표가 기획했다. 올해 6월 경상남도 거제를 시작으로 6차례 열렸다. 도심 산책을 할 때만 해도 갖은 고난을 겪곤 하는 한국의 반려견들이 보호자와 산속에서 걷고 뛰며 경기를 한다고? 반려견과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개척하는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기자는 곱게 물든 단풍잎과 비가 함께 떨어지던 지난 17일 올해 마지막 ‘마이 독 랠리’가 열리는 경기도 양평 양수리로 갔다.

“원래는 집에서만 지내던 스타일이었다. 이제는 일상이 다 이 친구(반려견 나무)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까 자주 밖에 나오게 됐다.(웃음)” 이날 처음으로 반려견 나무와 함께 ‘마이 독 랠리’에 참가한 김경환씨의 이야기다. 반려견 쿠크와 참가한 손민지씨는 지난 9월 전남 여수에서 열렸던 ‘마이 독 랠리’ 참가 이후 2번째 경험이다. 손씨는 “지난 번 경기가 정말 재미있어서 또 참가 신청을 했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니까 쿠크가 좋은 환경에서 새로운 친구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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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들의 표정도 밝지만, 반려견들의 표정은 한껏 더 밝다. 반려견들 위에 말풍선이 떠 있는 듯하다. “기분 정말 좋은데!” “아, 정말 신나! 신나!” “빨리 놀고 싶어!” 랠리 시작 지점인 양수리 환경생태공원 주차장에서 만난 반려견들은 서로 냄새를 맡으며 인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공원에 보물 숨겨 놓은 거 아시죠? 같이 잘 찾아보세요.” 이경원 고아웃위드독스 대표는 참가자들을 부추긴다. 이 대표는 “정해진 미션 말고도, 보물찾기하면서 반려견이랑 놀 수 있게 선물이 적힌 종이를 숨겨 놨다”고 설명했다. 그는 행사에 참여하러 온 반려견들을 보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 사이에 이씨의 반려견 ‘나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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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독 랠리’는 나무와 이경원 대표가 함께 만든 거나 다름없는 야외활동이다. 태어난 지 5달이 되면서부터 나무와 이 대표는 곳곳을 걷고 뛰어다녔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 문화를 더 널리 알리고 싶던 이 대표는 관련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카페를 열었다. 카페 일이 바빠지면서 이 대표와 나무는 점점 함께할 시간이 줄었다. “결국 나무는 ‘집돌이’가 되어갔다. 내가 목표로 삼은 건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 문화 확산이었는데, 정작 나와 나무의 삶은 거기에서 멀어져갔다.” 주저하지 않고 방향을 틀었다. 카페를 그만두고, 나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온라인 쇼핑 사업을 시작했다. 판매 품목도 반려견과 여행하는 데 필요한 제품들이다. 그리고 여기에 ‘마이 독 랠리’가 더해졌다. “마침 한국관광공사에서 부산부터 전남 해남을 잇는 도보 여행길인 ‘남파랑길’ 관련 여행 아이디어 공모를 했는데, ‘마이 독 랠리’가 채택이 됐다.” 이경원 대표는 인터뷰 중 ‘함께’를 여러 번 강조한다. “반려견 놀이터를 가면 반려견들은 재미있게 뛰논다. 보호자들은 뛰노는 걸 지켜보게만 되더라. 보호자도 반려견도 함께 행복한 경험을 하길 바랐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보호자들이 많더라. ‘마이 독 랠리’는 그런 보호자들을 안내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정해진 길, 미션이 있지만,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 호흡을 맞춰가며 길을 선택하고 성공도, 실패도 하고 배워가며 걷기 여행을 하게 되는 거다.” 그렇게 나무와 이경원 대표가 함께 만든 ‘마이 독 랠리’는 올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거제에서 진행한 ‘마이 독 랠리’는 100팀 가까이 참가했고, 이번 양평 랠리에는 42팀, 60여마리의 반려견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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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에 참여한 42팀 중 ‘133’번 팀의 모험에 동행했다. 반려견 허벅지(벅지)와 보호자 김현경씨로 이뤄진 팀이었다. 랠리에 5번째 참가했다. 단 한 번 빼놓고 모두 참가한 마니아 팀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거 자체가 정말 좋이요. 벅지랑 바깥엘 다녀도 관광지 슬쩍 보고 오는 정도였는데, 이 행사에서는 산도 타고 강가도 걸으면서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지요. 무엇보다 아마 랠리가 아니었다면 찾지 않았을 곳을 걸으며 여행하게 된 게 좋아요.” 김씨는 가장 좋았던 장소로 경남 하동을 꼽았다. “책 <토지>의 배경, 화개장터가 있는 곳이라는 정보 말고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행사가 아니었다면 섬진강 주변이 그렇게 아름다운 줄도 몰랐을 겁니다. 벅지가 없었다면 일부러 가지는 않았을 텐데, 정말 좋아서 벅지와 꼭 다시 가보려고 합니다.” 벅지는 내내 양수리 환경생태공원 길의 냄새를 맡으며 여유롭게 걸었다. 차분한 벅지지만, 산길을 걸으면 그 표정이 또 달라진단다. “산속의 임도(포장도로)를 벅지와 함께 걷곤 하는데, 정말 행복하다는 표정을 지어요. 그 표정에서 느껴지는 행복감 때문에 트래킹하는 걸 끊지를 못한다고 보호자은 얘기하죠. 그 표정에 중독된다고요.(웃음) 그 표정을 보면 사람이 정신·신체·마음의 건강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듯, 반려견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죠.” 2시간가량 걷는 도중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개의치 않는다. 벅지의 경쾌하고 당당한 발걸음은 주춤하지 않는다. 낙엽과 빗물이 떨어진 길을 걸으며 김씨에게 물었다. 곧 겨울이 오면 이렇게 벅지와 야외활동을 하기 어려워 아쉽겠다고 말이다.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겨울에 눈이 쌓인 임도를 벅지와 함께 걸어요. 아무고 걷지 않은 길을 벅지와 내가 발자국을 내가면서 걷는데 그게 잊히지 않아요. 겨울이면 사람이 많지 않아, 오히려 야외활동을 하기 좋습니다. 올겨울도 벌써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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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지, 나무, 쿠크와 그 보호자들처럼 야외활동을 해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경원 대표는 “산림청에서 꼽은 ‘아름다운 임도 100’을 참고할 만하다. 반려견 동반 가능 여부는 기재되어 있지 않으니 문의처에 확인하고 가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반려견과 걷기 좋은 길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만큼 그 길을 지켜주길 이 대표는 당부한다. “반려견만 소중한 게 아니라, 반려견이 즐길 수 있는 자연도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 야외활동을 즐기는 반려견의 보호자들이 대체로 ‘펫티켓’(반려동물과 에티켓을 합한 말)을 잘 지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간혹 있다.” 혼자서는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내년 2월께 다시 시작될 ‘마이 독 랠리’ 참가를 노려보자. 이 대표는 “내년에는 2~3달에 한 번씩 마이 독 랠리를 진행하고, 반려견과 함께하는 트레일 레이스 등을 열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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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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