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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홀로 외로운 고립인가, 자유롭고 풍요로운 연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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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과 불평등 넘어선 연결망의 힘 다룬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우리나라 국민 92%가 국토 면적 17%에 불과한 도시에 몰려 산다. 그 수는 지난해 현재 4천759만6천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개인의 고립과 집단의 분열, 계층의 양극화 시대를 산다. 갖가지 잣대와 경계로 나뉘고, 각자 투명한 막에 둘러싸인 듯 지낸다. 세계 어디든 사회적 거리가 점점 벌어져간다.

미국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이런 고립과 양극화, 불평등과 분열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계획의 문제라고 단언한다. 저서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는 이에 대한 연구 성과가 담겼다.

저자는 물리적·심리적 공존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활성화할 수 있음을 풍부한 연구와 다양한 사례로 보여준다. 이와 함께 고립·범죄·교육·정치·환경 등 우리가 마주한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인프라스트럭처가 어떻게 일조하는지 밝혀낸다.

브루클린의 어느 도서관을 방문한 저자는 소외된 노인들이 도서관 커뮤니티룸에 모여 볼링 경기를 하는 모습을 우연히 바라봤다.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가 말한 '제3의 장소'와 에밀 뒤르켐이 말한 '집합적 열광'이 교차하는 희망의 순간이었다.

이를 계기로 사회는 건물처럼 설계될 수 있다고 믿게 됐다. 그는 앞으로 민주사회가 이처럼 작은 방식으로 연결되는 공동의 장소나 필수적 인간관계가 형성되는 공간들을 기반으로 건설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가상의 온라인 공간이 아닌 실재하는 오프라인 공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학적·철학적·건축학적 전망을 제시한다.

저자가 얘기하는 사회적 인프라의 효용들은 적절한 기회만 있다면 스스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음을 전제로 한다. 도시의 실패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계획의 문제라는 것이다.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사회에 '불편함'을 느끼는 저자는 저마다의 장소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연결되고자 하는 이들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 인프라가 퇴화한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는 뻔하다.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고 각자 은신처에 몸을 웅크릴 테다. 사회 연결망은 느슨해지고 범죄율이 증가한다. 노약자들은 고립되고, 젊은이들은 마약에 중독되는 동시에 약물 과다 복용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다. 불신이 자라나고, 시민사회는 기운다."

저자의 말처럼 사회적 인프라는 사회적 자본이 발달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짓는 물리적 환경이다. 그 역할은 가히 결정적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범죄학자 레이 제프리는 "범죄자는 없다. 범죄 행위를 낳는 환경 여건만이 존재할 뿐이다"며 "적절한 환경 구조만 주어진다면 누구든지 범죄자가 될 수도, 범죄자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홀로 외롭게 고립될 것인가, 아니면 자유롭고 풍요롭게 연결될 것인가. 사람을 잇는 느슨한 연결이 삶의 품격을 바꾼다. 답은 바로 도시 안에 있다. 저자는 고독한 이들이 어울려 사는 희망의 도시 사회학을 역설한다.

웅진지식하우스. 서종민 옮김. 372쪽. 1만7천500원.

연합뉴스

도시는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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