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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스타트업 취중잡담] 길거리 트럭 장사 '어떻게 하나' 사장님께 직접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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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플라워트럭’ 시작
1년 간 사업 준비, 매장도 오픈
텃세 극복과 매출 예측 노하우가 중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세대가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 들며 한국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CEO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솔직한 속내를 들을 수 있게 취중진담 형식으로 인터뷰했습니다.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 미래를 함께 탐색해 보시죠.

트럭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보면 ‘나도 해볼까’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트럭 한 대만 있으면 큰돈 들이지 않고 쉽게 사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동식 꽃 판매 차량인 플라워트럭을 운영하는 ‘플로버’ 오미란 대표를 만나 상점트럭의 세계에 대해 들었다.

◇푸드트럭처럼 트럭에서 꽃 파는 ‘플라워트럭’

오 대표는 플라워트럭을 하기 전 SK텔레콤 직영 대리점에서 7년을 일했다. "안정적인 직장이었고 월급과 복지도 나쁘지 않았어요.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단 마음이 더 컸어요. 새로운 일을 하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사표를 냈습니다."

플라워트럭을 선택한 건 평소 꽃에 대한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꽃을 주변에 선물하고, 사무실에 꽂아뒀다. 행정안전부에서 청년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플라워트럭 창업 지원사업 공고에서 기회를 얻었다. 평소 꽃에 대한 관심을 적극 어필해 10팀 중 하나로 뽑히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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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버 오미란(오른쪽) 대표와 남자친구 이기원씨 / 플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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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 후 1년 간 사업 준비기간을 가졌다. "행정안전부 주선으로 3개월 동안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식물과 화훼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요. 플라워트럭 영업을 준비하는 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조언도 얻었습니다."

작년 연말 영업을 개시했다. 창업이 임박해서 남자친구 이기원씨도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고 합류했다. "막상 혼자 하려니 겁이 나더라고요. 같이 하자고 간곡하게 부탁했죠.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데도 흔쾌히 승낙해주더라고요."

-트럭은 어떻게 마련했나요.
"정부에서 플라워트럭과 차량 운영비, 창업 운영비를 지원해 주셨습니다. 3년 후 반납 조건이긴 한데, 운영 성과를 평가받아 일정 기준을 통과하면 무상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텃세 극복과 매출 예측 노하우가 중요

아무 데나 차를 대놓고 꽃을 팔면 될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졸업식이나 입학식 때 학교 앞, 야시장, 식물원 앞 같은 곳 찾아 다녔어요. 그러다 주변에 트럭이 없어서 자리를 펴면, 곧 다른 상인이 와서 ‘내 자리니까 나가라’며 텃세를 당하는 적이 많았어요. 그분들의 주장을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큰 소리 낼 순 없으니 맞서 싸우지 않고 피할 수 밖에 없었어요." 어쩔 수 없이 다른 상인은 차를 세우지 않는 곳을 골라 다니며 영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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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트럭에서 일하는 오미란 플로버 대표 /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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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다닌다고 텃세를 극복할 순 없을텐데요.
"사람 문제는 결국 사람으로 풀어야 하더라고요. 장사를 겨울에 시작했는데 처음이니 얼마나 어설펐겠어요. 겨울은 꽃을 물에 보관하면 얼어서 안되는데, 저는 꽃이 싱싱하라고 그 추운 날 꽃을 물에 담아왔어요. 보다 못한 다른 상인이 그러면 안 된다고 차근차근 알려주시더라고요. 그렇게 인연을 맺은 상인이 두 분 계세요. 정말 많은 걸 알려주셨어요. 어떻게 보면 경쟁자인데도, 어떤 시기에는 어느 지역을 가야 하고, 어디 자리가 좋은지 같은 꽃장사의 ABC를 다 알려주신거죠. 남자친구와 둘이서 고군분투하던 차에 좋은 선배들을 만나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이렇게 상점트럭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다른 상인과 잘 지낼 방법을 꼭 생각하셔야 합니다."

겨울 졸업식 외에 봄 입학식과 5월 가정의 달이 주요 성수기다. 이때 최대한 많이 팔아 매출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다 매출 예측을 잘 못하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서울 경기를 거의 다 돌며 졸업식 시즌을 보냈는데, 꽃을 너무 많이 준비해서 남은 일이 있었어요. 남은 졸업식을 알아보니 광주에 있는 전남대가 있더라구요. 바로 광주 내려가서 어렵사리 다 팔고 온 일이 있었습니다. 잘 해결돼 다행인데, 이렇게 많이 남는 일이 벌어질 때마다 아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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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란(왼쪽) 대표와 남자친구 이기원씨가 플라워트럭에 올라탄 모습 / 플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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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매장에서 파는 것과 트럭에서 파는 것의 차이가 뭔가요.
"꽃을 들여 오는 과정은 같은데, 판매 과정은 차이가 있습니다. 트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꽃끼리 부딪혀 상처가 날 수 있는데요. 그걸 줄이려면 포장을 무척 꼼꼼하게 해야 하구요. 근본적으론 그날 팔 수 있는 양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노하우가 중요합니다. 매장에선 남은 것 내일 팔면 되는데 상점트럭은 재고 관리가 어려우니 매출 예측을 정말 잘해야 합니다. 이밖에 소비자 가격은 트럭에서 파는 게 매장보다 30~40% 정도 저렴합니다. 임대료 같은 게 안드니까요."

◇꽃 종합 유통 기업이 꿈

노하우가 생기면서 사업이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서울 구로동에 ‘플로버’란 이름으로 매장도 열었다. "집 근처인데요. 지나면서 목이 좋다고 눈여겨 봤던 자리에요.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사가세요."

남자친구와는 오는 11월 24일 결혼식을 올린다. 창업 초기 여러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결혼 준비를 했다. "같이 일하면서 많이 싸웠어요. 꽃이나 식물을 보는 시각이 달라 싸운 적도 있고, 제가 말없이 혼자 비품을 이것저것 산다고 한소리 들은 적도 있어요. 그래도 손님이 많이 오고 장사가 잘되면 자연스럽게 풀리더라고요."

-지금까지 잘해 온 비결이 있다면요.
"많은 분들의 도움이요. 식물에 문제가 생겨 자문을 구해야 할 때가 자주 있는데요. 인터넷에 정보가 있긴 한데 어떤 말을 믿어야 하는지 알 수 없잖아요. 그럴 때 행정안전부를 통해 교육을 받은 농업기술센터에 전화 하면 정말 친절하게 설명해주세요."

플라워트럭을 여러 대 늘릴 계획이다. "서울 도심 곳곳에 꽃을 파는 트럭이 푸드트럭처럼 흔히 보이면 좋겠에요. 저부터 많이 늘리고 싶어요. 이후에는 꽃 경매권을 따서 직접 꽃 종합 유통을 해보고 싶어요. 소규모 꽃집들은 꽃을 사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데, 그런 분들에게 싸게 유통하는 게 목표입니다. 특별한 날뿐 아니라 일상에서 꽃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잡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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