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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매달 3.8개씩 생기는 환경규제..."준비할 시간도 인력도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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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뿌리,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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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교체 공사가 끝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소결공장의 대기오염 저감장치 모습. 제철소가 배출하는 미세먼지 유발물질의 90%가 소결공장에서 나오지만 4년째 고장으로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사진 현대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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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제철은 용광로 블리더(안전밸브) 개방을 놓고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충남도청은 블리더를 열어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했다는 혐의로 현대제철에 행정처분(조업정지 10일)을 내렸다. 환경부와 민관협의체의 '조건부 허용'으로 실제 행정처분이 집행되지는 않았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제철업계 관계자는 “블리더는 일종의 안전밸브로 압력이 차면 자동으로 개방된다”며 “일본을 포함해 세계 제철소 중에서 이를 두지 않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현대제철이 청구한 조업정지처분 취소심판에 대한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 “화학물질이 50종이 넘는데 이걸 다 등록하려면 최소 3억원이 들어갑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 돈을 들여서 물질을 등록해야 하는데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 무슨 수로 등록을 하라는 건가요.” 염색 원료를 생산하는 A 기업 대표는 하소연을 쏟아냈다. 그는 “화관 및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 올해 안으로 개정되지 않으면 모든 중소기업도 돈을 들여 화학 물질을 전부 등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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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행정 규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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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통과한 환경 관련 규제법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환경 규제법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환경규제 합리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가 새로 도입한 환경규제는 총 509건으로 조사됐다. 매년 평균적으로 46건의 환경규제가 국회를 거쳐 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무역협회는 “기존 환경규제도 매년 30~80건씩 법안 개정을 통해 규제에 규제가 더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9월 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고농도 미세먼지가 찾아오는 12월~3월에는 사업장 소재 시∙도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해당 사업장의 가동률을 조정하거나 가동시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시행 중인 관련법에는 미세먼지 계절 관리제 기간(12월~3월) 환경부 장관이 자치단체장에게 사업장 가동률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규정하고 있다. 24시간 공장을 돌려야 하는 석유화학 업계는 개정 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 조정 권한과 배출허용기준을 환경부 장관에서 자치단체장으로 확대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규제권을 함께 갖게 돼 이중규제가 된다”며 “벌써 공장 가동률을 걱정하는 기업도 많다”고 말했다.

환경규제는 늘고 있지만, 기업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부족하다. 환경규제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공포 이후 시행까지 평균 소요기간이 평균 5~10일에 불과해서다. 무역협회가 지난 8월 국내 기업 100곳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68개사가 ‘환경규제 내용 파악이 어렵다’고 답했다. 통계도 이를 증명한다. 환경규제에 대응하지 못해 허가취소와 폐쇄 명령에 직면하는 기업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규제 위반에 따른 허가취소(478건)와 폐쇄 명령(609건)은 2014년과 비교해 각각 4.7배, 1.2배씩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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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관련 주요 환경규제.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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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규제와 인센티브를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정유・화학 등 연관산업이 거미줄처럼 연계된 분야의 경우 공장 가동률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경우 산업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며 “적절한 규제에 더불어 오염물질을 줄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 정책을 함께 펼치는 게 정책적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장현숙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환경성과가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환경 규제가 기업에 비용 증가로만 인식될 수밖에 없다”며 “환경 포인트 도입 등 기업이 자율적으로 환경 규제를 갖추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박수련·강기헌·임성빈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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