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더 도어] 커피·빵·요리 전문가 한 자리에…탁 트인 공간은 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가운데가 뚫린 타르틴의 중정.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요일 아침 도산공원으로 향했다. 타르틴도산을 가기 위함이다. 주말 아침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겠지 싶었는데 매장은 이미 손님들로 채워져 있었다. 눈곱만 간신히 뗀 채로 와이프 손에 이끌려온 아저씨들,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아기들이 보였다. 한남, 홍대, 도곡을 거쳐 오픈한 네 번째 매장이었기 때문일까? 이곳은 한껏 멋을 내고 나들이 가는 특별한 곳이 아니었다. 동네 주민들이 편하게 반바지 입고, 슬리퍼 끌고 와서 아침을 먹는 공간이었다. 브랜드의 명성에 힘입어 일시적인 인기를 얻고 사그라지는 곳이 아니라 꾸준하게 운영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 그릴 쪽파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샌드위치에 쪽파라니. 1만원의 가격은 결코 저렴하지 않은데, 가격 대비 만족도를 채워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자리에 앉아 기다리니 주문한 메뉴가 금세 나왔다. 바삭하게 구워진 빵 사이로 노릇노릇한 치즈와 쪽파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연둣빛의 신선한 올리브오일도 가득 뿌려져 있었다. 한 입 먹으니 부드러운 치즈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고소한데 과히 느끼하지 않았다. 치즈 사이에 들어간 쪽파가 느끼하지 않게끔 밸런스를 잘 잡아주고 있었다. 심플한 샌드위치. 그러나 맛은 상당히 섬세했다. 갓 구워낸 바삭한 빵, 고소한 치즈와 쪽파, 그 위에 뿌려진 신선한 올리브오일이 하나가 되고 있었다. 재료에 정성이 담겨 있고, 잘 어우러져 흠잡을 부분이 없었다. 조금은 비싸게 여겨질 수 있는 가격이었지만,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퀄리티를 제공하고 있었다. 밍글스에서 셰프를 초빙해왔다고 하더니 제대로 된 샌드위치를 제공하고 있었다.

드립 커피로는 르완다 커피가 나왔다. 원두 특유의 거칠고 쌉쌀한 향이 입안 가득히 퍼지다 달콤하게 마무리되었다. 개성을 잘 살린 커피였다. 여느 커피전문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배를 두드리며 주변을 살피니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곳을 즐기고 있었다. 커피만 마시는 이도 있고, 간단히 빵을 사서 함께 먹는 이들도 있었다. 나처럼 브런치를 여유 있게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커피를 마시기에도, 빵을 먹기에도, 브런치를 먹기에도 모두 전문성을 갖춘 공간이었다. 전문적인 집단들이 모여 하나의 브랜드 아래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식사 시간에는 밥을 먹는 사람들이, 그 외 시간대에는 빵과 디저트를 먹는 사람들이 공간을 활용하고 있었다. 일반 식당들의 경우 식사 시간에만 장사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테이블을 그냥 두는데, 이곳은 효율적으로 모든 시간대에서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었다. 심지어 가운데 중정과 2층 공간은 다른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며 일정 수익을 얻는다고 했다. 진정한 최유효 이용이었다.

사람들이 많아 바쁘겠다며 바리스타에게 넌지시 이야기를 건넸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그래도 꾸준히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늘어 좋다고 했다. 고객들에게 문턱을 낮추고 공간을 효율적으로 촘촘히 사용하는 이곳은 확실히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모든 시간대를 이용해 공간의 활용도와 매출을 높이겠다는 브런치 카페는 최신 트렌드가 아니었다. 그런데 왜 유독 타르틴에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일까?

도산공원 일대를 떠올려보았다. 어느 날부터 우리는 매우 전문적인 것을 원했다. 커피를 팔아도 로스팅부터 제대로 하기를 원했고, 식빵 하나를 팔아도 제대로 만들어 팔기를 원했다. 이 인근에서 장사가 잘되는 공간들을 살펴보면 특히 더욱 그랬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준지와 컬래버레이션을 한 펠트는 가격 대비 훌륭한 커피를 제공하고 있었다. 전문성을 지니고 커피를 납품하는 그들이기에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는 커피를 판매할 수 있었다.

빵을 잘 만드는 곳도 있었다. 인근 식부관에서는 톡톡의 김대찬 셰프가 식빵을 팔고 있었다. 식빵이 거기서 거기 아닌가 했지만, 먹어보니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것이 확실히 맛있었다. 메뉴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고 충실한 공간들이 과거 대비 많이 생겼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면 퀄리티를 맞추기도, 가격을 맞추기도 힘들었다.

그런데 타르틴은 그것을 넘어서고 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곳에 사람이 채워지는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전문 커피팀을 구성한 후에 직접 로스팅하고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셰프를 초빙해 메뉴를 개발하고 만들었다. 환하고 개방감 있는 공간은 덤이었다. 강남 한복판에 이렇게 빛이 들어오는 중정을 가진 곳을 또 만날 수 있을까? 공간만 바라봐도 눈이 시원해지는 곳. 그곳에서 맛있는 빵을, 전문성 갖춘 커피를, 섬세한 브런치를 먹을 수 있었다. 타르틴의 힘은 각 분야에서 잘하는 사람들을 모아와 하나의 통일성 있는 브랜드 이름 아래 '함께' 일하는 것이었다. 커피를 잘하는, 빵을 잘 만드는, 공간을 잘 기획하는 개별의 브랜드는 많았지만, 이를 한데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는 브랜드는 흔하지 않았다.

잘하는 사람들을 모아 그룹을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의 날 선 비판들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마음 없이는 바로 깨진다. 물론 불평하기 위한 비판이 아니라 새로운 방향성과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이 전제돼야 한다. 타르틴이 보여준 성과는 자본의 힘으로만 일궈낸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간 그날도 그들은 부엌 한구석에서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상사의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서로의 의견을 듣고, 반박을 하고, 나름의 방향성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커피집이 생긴다. 많은 이들이 과포화상태 아니냐는 질문을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새로 생겨도 잘되는 곳은 잘되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개별의 플레이어를 모아 메가 플레이어가 되는 한국의 타르틴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날 선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며 '내가' 아니라 '함께'하기 위한 지혜, 그것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지.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 아침이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제가 분석하는 건물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이요. 그래서 진짜 소비자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요즘엔 카페를 열심히 다닙니다.

[박지안 리테일 공간 분석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