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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종합] 청담동에 첫 브루펍…수제맥주 1세대 카브루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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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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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저녁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한 건물을 찾았다. 어두운 조명 아래 아치형의 좁은 통로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니 큰 동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적색 나무로 만들어진 기둥들이 곳곳을 받치고 있었고, 무성하게 자란 초록빛 덩굴들이 천장을 수놓고 있었다. 마치 영화 정글북 속 밀림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바로 국내 수제맥주 1세대인 카브루가 만든 첫 브루펍이다.

2000년 경기도 가평에 설립된 카브루는 국내 최초 페일에일 생산에 성공한 업체다. 2015년 '천하장사' 소시지로 유명한 진주햄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면서 사세 확장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해 약 45억원을 들여 세 번째 공장을 지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로써 카브루의 생산능력은 업계 최대치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캔맥주 사업에도 힘을 싣고 있다.

핵심 거점인 가평이 아닌 서울에 브루펍을 론칭한 데에는 제품 연구개발(R&D)에 주력하겠다는 박정진 대표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날 매일경제와 만난 박 대표는 "수제맥주 산업의 정체성 중 하나가 다양성인데 가평의 경우 설비 규모가 커서 여러 가지 맛을 소량씩 실험 생산하기에 부적합하다"며 "접근성이 좋지 않아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을 수 없다는 점도 한계"라고 말했다.

새로운 맥주를 개발하고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빠르게 살피기 위해 서울에 터전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우수한 평가를 받은 맥주는 가평에서 대량생산해 본격 공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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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브루표 구미호가 그려진 양조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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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브루 브루펍은 양조장이 입구에 설치돼 있다. 전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건물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누구든 볼 수 있다.

박 대표는 "양조장을 앞세운 건 이곳이 R&D센터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외식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지은 것이 아닌 만큼 한 달에 2~3개씩 신모델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카브루 브루펍에는 12종의 고정 브랜드 맥주와 23가지의 음식 메뉴가 준비돼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요리로는 항정살과 꽃상추 세트, 브리타 치즈 등이 꼽힌다. 이날 카브루는 브루펍의 첫 맥주로 '벨지언 싱겔'을 내놨다. 벨지언 싱겔은 일반적인 벨기에 맥주와 달리 목 넘김이 가볍고 당도와 도수가 높지 않아 음용성이 좋다. 신선한 과일 향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박 대표는 "이제 막 오픈했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마실 만한 제품 6~7종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며 "이달 말에는 유산균 발효 비율을 높인 '사워에일'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워에일은 산미가 높아 기름진 음식에 잘 어울린다.

카브루 브루펍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구미호 콘셉트'를 꼽을 수 있다. 변신의 귀재로 알려진 구미호를 통해 수제맥주의 다양한 매력을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또 구미호가 전설 속 동물인 만큼 브루펍을 찾은 소비자들이 일상과 동떨어진 몽환적 공간에서 마음 편히 맥주를 즐기길 바란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카브루표 구미호는 브루펍 내부 한가운데 위치한 양조탱크에 그려져 있다. 고대 이집트식 술잔에 흘러넘치는 맥주를 구미호가 밑에서 받아먹는 모습이다.

박 대표는 "해당 양조탱크는 사업 초기 가평공장에서 실제 사용하던 설비인데 수명이 다 됐다"며 "테이블을 6개 정도 빼고 대신 양조탱크를 설치한 건 수익만을 좇지 않고 초심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주세법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정되면 수제맥주에 붙는 세금은 지금보다 30% 이상 절감된다.

박 대표는 시장 선점을 위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그간 기업 간 거래(B2B) 사업에 집중해왔던 터라 수제맥주 인기가 높아졌음에도 카브루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번 브루펍을 중심으로 환상을 전하는 '구미호 맥주'의 대중화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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