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폰 많은 트럼프, 통신보안 문제 심각
미국 하원의 탄핵 조사 청문회에 최근 비공개 출석한 외교관이 증언한 목격담이다. 데이비드 홈스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관 정무 참사관은 지난 7월 26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번화한 레스토랑에서 고든 손덜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 대사가 백악관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했던 상황에 대해 15일 증언했다. 18일 공개된 청문회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를) 수사하느냐"고 묻자, 손덜랜드 대사는 "젤렌스키가 당신을 무척 좋아하고,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줄 것"이라고 답했다고 홈스는 말했다.
정적에 대한 수사 여부를 직접 챙긴 발언도 문제지만, 당시 통화 정황도 놀랍다. 홈스 참사관은 "레스토랑엔 수많은 사람이 있었는데 (전화기를 통해 들리는) 대통령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주변 테이블에까지 들렸다"면서 "내가 외무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겪은 극도로 독특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홈스는 이 통화가 러시아에 도청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이동통신사 3개 중 최소 2개는 러시아 기업 소유거나, 러시아가 상당량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서버로 국가 기밀이 담긴 문서를 주고받아 나라를 위험에 빠지게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자신은 개인 휴대전화 여러 대를 쓰면서 심각한 통신 보안 문제는 물론 비선(秘線) 정치 논란까지 낳고 있다. 19일 탄핵 청문회에 출석한 팀 모리슨 전 백악관 NSC 유럽·러시아 담당 고문은 우크라이나를 휘젓고 다닌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에 대해 "개인 휴대전화와 와츠앱(메신저 앱)으로 아무 말이나 하는 바람에 누가 어떤 정보를 알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줄리아니는 트럼프가 지명한 비공식 '사이버 안보보좌관'이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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