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 진출 기업들 귀환, 한국·일본인 관광객 늘어나
장기 침체 빠졌던 경제 회복세… 차이잉원 총통 인기도 급상승
차이잉원 |
미·중 무역 전쟁과 홍콩 사태, 한·일 갈등 등 동아시아의 분쟁 상황에서 대만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중국 본토로 진출했던 대만 기업들이 대거 본국으로 귀환하고, 대만을 찾는 한·일 관광객이 늘면서 장기간 침체에 빠진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다. 홍콩 시위로 반중 정서가 확산하면서 그간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견지해온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인기도 덩달아 급상승하고 있다.
아시아타임스는 "대만의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2.4%로 한국·일본·홍콩·싱가포르의 경제성장률을 모두 앞질렀다"고 최근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훙하이정밀공업과 폭스콘, 반도체 기업 TSMC 등 중국 본토에 진출했던 대만 기업들이 최근 중국에 있던 공장과 생산 기지를 대만으로 이전하는 것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무역 전쟁 여파로 중국 공장의 경쟁력이 떨어진 데다 홍콩 시위로 반중(反中) 정서가 확산하고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대만 기업들이 귀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 진출했던 대만 기업들이 올 들어 본국에 투자하겠다고 약정한 금액만 390억달러(약 45조6300억원)에 달한다. 타이베이타임스는 "대만 기업들이 약속한 투자가 이루어지면 약 5만5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 관광업계는 한·일 갈등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대만 교통부 관광국에 따르면 지난 9월 한국인 관광객은 9만5639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인 관광객(18만9946명)도 16.8% 늘었다. 관광업체들은 "한·일 양국 관광객 모두 상대방 국가로 여행 가려 하지 않아 대만으로 많이 몰렸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대만 반도체 업계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임기 내내 경기 침체와 중국의 강경한 대만 압박 정책으로 인기가 저조했던 차이 총통(민진당)은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하는 추세다. 대만 빈과일보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42.3%로, 국민당 한궈위(韓國瑜) 후보를 18%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차이 총통의 경제 실정을 비판하며 양안 관계 회복을 공약으로 내세운 한 후보의 지지율이 앞섰지만, 홍콩 시위의 영향이 확산하면서 8월부터 두 후보의 지지율이 뒤집혔고, 이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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