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주 39시간 근무 철도노조, 주 31시간 일하겠다고 파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노조가 요구한 4조 2교대, 대상자는 기관사 아닌 차량정비·역무원

정부마저 "이 상황서 4600명 채용 요구, 어떤 국민이 이해하겠나"

공공기관 노조 곳곳서 본사 직고용·과도한 임금인상 요구 쏟아져

전국철도노조가 20일 오전 9시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공공부문 노사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철도노조뿐 아니라 국립대병원, 한국정보화진흥원 등 각종 공공기관 노조가 잇따라 파업을 벌일 기세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0)'를 선언하고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해 노동 환경 개선에 힘썼지만, 노사 갈등은 오히려 커지는 양상이다. 노조가 정부의 친(親)노동 기조를 업고 '본사 직고용' '정부 가이드라인을 넘는 임금 인상' 등 과도한 요구를 내걸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주 39시간 일하면서 31시간 일하겠다고 파업

철도노조는 2018년 2월 친노조 행보를 보이던 오영식 전 사장이 취임하자 노사 합의로 해고자 90여명을 복직시키고, 직고용을 요구하던 KTX 여승무원 180명도 특별채용했다. 4조 2교대 전환을 위한 인원 충원 약속도 받아냈다. 그런데도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이라 파업 참여율 등이 예상을 밑돌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철도 파업 첫날 출근 대상자 1만4395명 중 23%(3262명)만 파업에 참여했다. 2016년 총파업에는 40%가 참여했는데, 그 절반에 그쳤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조 내부에서도 이번 파업 명분이 약해 결집력이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노조의 파업 이유는 임금 4% 인상, 4조 2교대 근무 체제 전환을 위해 4600명 추가 채용 등이다.

조선일보

20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이날 오전 9시부터 파업에 들어간 전국철도노조가 총파업 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왼쪽 사진). 출근 대상자의 23%인 3262명이 파업에 참여하는데 그쳤다. 이날 오전 서울역에서 철도 이용객들이 파업에 따라 조정된 열차 운행 일정을 알리는 안내문을 보고 있다(오른쪽 사진). /장련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노조가 주장하는 4조 2교대 근무 체제부터가 국민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조 2교대는 코레일 전체 직원 3만500명 중 차량정비직, 전기 유지보수직, 역무원 등 1만1000명(36%)이 적용 대상이다. 열차를 운행하는 기관사는 요일 상관 없이 교대 근무하는 교번 근무 방식으로 주 40시간 정도 일한다. 기존 방식인 3조 2교대로 근무하는 코레일 직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39시간 18분이다. 노조 요구대로 인력을 4600명 충원해 4조 2교대를 시행하면 근무시간은 주당 평균 31시간 정도로 떨어진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평균 40시간도 근무하지 않는 직원들을 주 30시간 정도 일하게 하는 데 세금을 쓰자고 하면 과연 국민이 동의하겠느냐"고 말했다. 노조 주장대로 인력을 충원하려면 5000억원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부 때 파업해야 유리"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19일 세종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앞에서 "과기부 산하 출연기관 미화·경비직 등을 직접 고용하라"고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면서 "무조건 직고용하라"고 요구했다.

정규직 전환 후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노조도 늘어나고 있다. 20일 한국정보진흥원 노조원 30여명은 하루 파업을 벌였다. 파견·용역직으로 일하다 지난 1월 직고용된 이들인데 "정부 방침에 따라 정규직이 됐는데 임금이 생각보다 적으니 15%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공공기관이 물러서는 양상이 반복되면서, 노동계에서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면 이번 정부 때 파업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지난 4일 서울대병원은 비정규직 600여명을 정규직으로 직고용하면서 "파업권을 확대해달라"는 노조 요구까지 수용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청소 근로자들도 "우리도 서울대병원처럼 직고용해달라"며 무기한 총파업을 벌이고 있고, 다른 국립대병원 노조로 번질 조짐이 보인다. 전국 14개 공항 시설관리를 맡은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노조도 파업을 무기 삼아 정부 가이드라인의 2.5배에 달하는 임금 인상을 받아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솔직히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정규직 전환) 봇짐까지 내놓으라(처우 개선 등)는 격인데, 결국 손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최원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