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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4월 강원 산불은 고압전선 관리 못한 人災" 경찰, 한전 직원 등 9명 기소의견 검찰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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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강원 고성·속초 산림 1267㏊를 잿더미로 만든 산불은 전신주 고압전선의 노후와 부실 시공, 관리 부실 등에 따라 발생한 인재(人災)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강원 고성경찰서는 고성·속초 산불과 관련해 한국전력 직원 7명과 협력업체 직원 2명 등 모두 9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의 혐의는 업무상 실화, 업무상 과실 치상, 전기사업법 위반 등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산불 최초 발화점인 토성면 전신주 전선이 낡은 데다 부실한 시공 및 관리 등 복합적 문제로 강풍에 전선이 끊어지면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 4월 국과수는 특고압 전선이 바람에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한 '아크 불티'가 산불 원인이란 결과를 내놨다. 아크는 전기적 방전 때문에 전선에 불꽃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또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한국전력이 지난 2017년 해당 전신주를 포함한 일대 전신주의 이전·교체 계획을 수립하고도 2년여간 내버려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전신주를 계획대로 이전·교체했다면 전선이 끊어져 산불로 이어지는 재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단, 산불 원인을 제공한 전신주의 설치 시기 등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경찰은 전기 배전과 관련한 안전 관리 문제점에 대해 유관기관에 통보키로 했으며,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과 제도 개선을 건의키로 했다.

속초·고성 산불 이재민들은 8개월여 만에 내놓은 경찰의 수사 결과에 대해 "봐주기 수사"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노장현 고성산불 비상대책원장은 "인명 피해는 물론 이재민 1000여명이 발생한 인재인데, 구속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경찰이 한전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고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성·속초 산불은 지난 4월 4일 오후 7시 17분쯤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도로변 전신주에서 발생했다. 이 불로 고성과 속초 일대 산림 1267㏊가 소실됐으며, 재산 피해 752억원이 발생했다.

[고성=정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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