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기금은 지난 2015년 11월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국회 비준 때 여·야·정(與·野·政) 협의체가 농어민의 반발을 우려해 2017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을 기업으로부터 기부받아 농어촌 지원에 쓰기로 한 돈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올 연말까지 3000억원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자유한국당 곽대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출연 금액은 646억7014만원에 불과하다. 당초 목표액의 5분의 1 수준이다. 그나마 한전 등 공기업이 571억원을 출연해 전체 출연액의 88%를 차지했다.
당초 상생기금은 FTA로 혜택을 보는 기업이 출연하기로 했다. 하지만 FTA로 어떤 기업이 얼마나 이익을 보는지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기금 출연의 법적 근거와 기준이 없어 기업들은 기금 출연에 소극적이다. 기업으로서는 법적 근거 없이 출연하면 배임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 당시 일부 대기업이 미르재단에 출연금을 냈다가 뇌물죄로 기소되기도 했다. 민간 기업이 출연을 꺼려 재원 마련이 어려워지자, 한전 등 공기업이 그 부담을 떠안고 있다.
한전은 2017년 50억원, 2018년 70억원을 출연한 데 이어 올해는 '경영 여건'을 고려해 5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한전의 부채는 123조8500억원에 이른다. 부채가 6조8000억원이 넘는 서부발전은 2017년 53억원, 지난해 70억원에 이어 올해도 20억원 등 총 143억원을 냈다. 남부발전도 2017년 50억원에 이어 올해 20억원을 출연했다. 중부·남동·동서발전도 올해 각각 20억원을 출연했다.
장병천 한전소액주주행동 대표는 "한전은 공기업일 뿐 아니라 뉴욕 증시에까지 상장된 기업인데 정부가 여름철 누진제 할인, 한전공대 설립, 상생기금까지 온갖 정책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전은 "기금은 'FTA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 법적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안준호 기자(l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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