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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국민 대화' 질문자 17명 중 4명, 대통령과 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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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통 자문위원 등 마이크 잡아… "사전에 짰나" 의혹 쏟아져

與 "각본 없는 진솔한 대화" 野는 "알맹이 없는 쇼" 평가 갈려

경실련도 "부동산 안정됐다는 대통령 발언 개탄스럽다" 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출연한 MBC 특집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대한 여야(與野)의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렸다. 야당들은 20일 "정작 중요한 질문과 답변은 없는 '보여주기식 쇼'"라며 "알맹이 없는 대통령 팬 미팅"이라고 혹평했다. 반면 청와대와 여당에선 "각본 없는 진솔한 대화였다" "작은 대한민국을 보여줬다"는 자화자찬이 나왔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도 "진행이 혼란스러웠고 문 대통령이 충분히 답변할 시간이 부족해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문 대통령에게 질문한 패널 중 몇 명은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는 사람으로 나타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무작위가 아니라 미리 질문할 사람을 정해놓고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의자에 앉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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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기획'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친여(親與) 방송인 김어준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행사가) 끝날 때 모두 다 일어나서 박수를 크게 치며 끝내주시더라. 감동적이었다"며 "'작은 대한민국'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앞부분 좀 보다가 '도떼기시장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시청을 멈췄다"며 "이런 기획을 대통령한테 제안한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했다. 그러자 고 대변인은 "진짜로 정말 죄송하다"며 "대통령님께 가장 죄송한 형식의 방송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말 난리도 아니었는데 끝날 때는 모두가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한국당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듣고 싶은 얘기만 듣고,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는 문 대통령의 자화자찬과 여전히 계속되는 '국회 탓'만 이어졌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행사에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등의 부작용에 대해 "보완책이 나왔지만, 국회에서 입법이 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야당은 "정책을 밀어붙여 부작용을 초래한 사람이 대통령인데 왜 국회를 탓하느냐"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문 대통령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 20일 논평을 내고 "개탄스럽다"고 했다. 경실련은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 정책의 실패도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대통령 발언이) 현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에게 질문한 17명 중 최소 4명이 문 대통령과 만난 적이 있다고 주장한 것도 논란이 됐다. 세 번째 질문자로 나섰던 파키스탄 출신 남성과 아내 김모씨는 2년 전 문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했다고 방송에서 밝혔다. 여섯 번째 질문자인 록 밴드 '더크로스'의 보컬 김혁건씨는 대통령 직속 민주평통 자문위원으로, 지난 9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평통 19기 자문위원 출범 회의에 참석해 문 대통령과 악수했다. 11번째 질문자 이희건 개성공단 복합물류단지 대표이사는 2012년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과 개성공단 입주 대표들의 간담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인터넷에선 '결국 질문자를 사전에 고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MBC 관계자는 "특정 이슈에 질문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제작진이 사연을 보고 성비(性比) 등을 맞춰 300명을 골랐다"며 "300명 중 실제로 누가 질문하게 될지는 제작진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이날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방송에 참여했던 국민 패널에게 제공된 문 대통령 시계가 70만원에 매물로 올라왔다.

[곽래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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