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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기고] 신남방 이니셔티브 이끌 한·아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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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류와 할랄(Halal)이 만나 '대박라면'이 탄생했다. 지난해 4월 국내 한 식품기업이 말레이시아 현지 1위 라면업체와 손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해 대박라면을 출시했다. 1년 만에 누적 판매량이 400만개를 넘을 만큼 반응이 폭발적이다. 비결은 '파트너십'에 있다. 말레이시아는 3200만명 인구 중 2000만명이 무슬림이다. 무슬림은 할랄 인증이 있어야 안심하고 먹는다. 국내 식품기업은 이를 감안해 아예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라면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대박라면은 한국 기술력이 현지 권위를 존중해 파트너십을 맺고 상생한 대표적 사례다.

1만7500여 개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에서는 섬과 섬 사이의 여객과 화물 운송이 활발하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조선 시설은 낡았고 기술은 부족했다. 산업 활력을 회복하려 애쓰던 한국 조선사와 기자재 협력사가 파트너로 안성맞춤이었다. 올해 7월 인도네시아 조선협회, 조선소·선사가 한국으로 건너왔다. KOTRA가 창원에서 개최한 '한·인도네시아 마리타임 파트너링' 행사에 초청됐다. 양국은 조선소 현대화, 기자재 산업 육성, 연구개발 인력 양성, 공동 제조·마케팅 방안을 모색했다.

미얀마는 발전 잠재력이 크지만 산업 기반이 취약하다. 도로, 전력, 상수도 등 인프라를 구축할 조력자가 시급했다. 한국은 얼마 전 대도시 양곤 인근에 한·미얀마 경제협력 산업단지를 짓는 일에 착수했다. 한국 기업 전용공단이 조성되면 인건비 경쟁력을 갖춘 미얀마가 섬유·봉제 산업의 생산기지로 떠오를 것이다. 미얀마 현지 고용도 창출하는 상생형 접근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가는 한국은 한번에 첨단산업으로 뛰어오르려는 아세안의 가장 적합한 파트너다. 우리는 공감의 자산을 갖고 있다. 아세안 각국과 협력하면서 나타난 이러한 사례들은 정부가 추진해온 신남방정책의 성과다.

신남방정책은 사람, 평화, 그리고 상생번영이 핵심이다. 상생번영에는 한국의 산업발전 성과를 이웃 국가와 나누며 '함께 잘 살겠다'는 가치가 들어 있다. 경제적 파트너를 넘어서는 동반자로서 아세안 10개국과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신남방정책 프레임하에서는 비즈니스가 더욱 용이하게 이뤄지면서 구체적 성과로 연결되고 있다. 이것이 우리 신남방정책이 갖는 상징성이자 효과다.

11월 초 타결 선언된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 'RCEP'는 우리말로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이다. 파트너를 동반자로 풀이하고 있다. 동반자의 사전적 의미는 '짝이 되어 함께하는 사람'이다. RCEP가 본격 출범하면 한·아세안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연결하는 여건이 갖춰질 것이다.

오는 25일부터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이번 특별정상회의는 2년 전 '신남방 이니셔티브'가 주창되고 10개 아세안 회원국에 대한 정상 방문이 마무리된 뒤 실질적 협력 프레임을 완성하는 자리다. 향후 G2G, B2B 등 협력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양한 부대행사도 펼쳐진다. CEO 서밋, 혁신성장 쇼케이스, 스타트업 엑스포, 해외마케팅 종합대전, 인베스트 아세안, 스마트시티 페어 등 여러 사업이 마련됐다. 아세안 국가별 경제발전 격차가 크므로 상대방의 니즈에 맞춰서 사업을 준비했다. 할랄에서 첨단산업까지 동반자의 수요를 파악해야 상생할 수 있다. 한국과 아세안 회원국의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그 함의를 도출해 구체적 성과로 연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권평오 KOTRA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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