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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매경춘추] 양손잡이 경영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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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모든 것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익숙해지지만 낡고 약해진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한 부분을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면 숙련되지만 고장이 나는 경우가 생긴다. 어느 한쪽 손을 주로 사용하다 보면 나이가 들면서 손목이나 관절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오른손을 주로 사용하는 사람에게 탈이 나면 왼손을 대신 사용하면 좋을 터인데, 평생 오른손에 익숙해진 생활을 왼손이 대신 채워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얼마 전 손목 문제로 병원 신세를 진 필자도 왼손을 사용하는 생활과 습관으로 세월의 변화와 미래에 대비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이를 실천에 옮기기에는 보통의 의지력으로는 매우 힘들다.

기업 경영에서도 이와 똑같은 이치가 적용된다. 기업들은 관성에 따라 수행하기 수월하고 익숙한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잘나가는 제품, 기술이나 사업 부문에만 집착하다 보면 결국 뒤처지게 된다.

한때 세상을 품었던 코닥, 노키아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자신의 분야에 안주하다 우월적 지위를 잃어버렸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있는 분야와 함께 새로운 혁신 분야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척해야 한다. 어느 기업이나 미래를 위해서 신사업을 창출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개발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 방정식이다.

저명한 혁신 연구가인 찰스 오라일리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를 '양손잡이 경영'이라 부르며 갈파한 바 있다. 현재 잘하는 분야를 계속하는 것은 개발(exploitation)이라 하여,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다른 한편 창조성과 모험성을 강조하는 탐사(exploration) 활동이 미래 성장을 담보한다. 현재의 성공 사업을 잘 유지해 수익을 창출하고 미래의 성장 동력을 찾아 대박을 낼 사업을 키우는 것이 양손잡이 경영의 핵심이다. 실패 위험이 높은 혁신 활동을 전담할 조직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챙겨야 한다. 미래 핵심 사업을 창조하고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기업 경영의 요체이고 CEO의 역할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경기가 불황일 때는 미래 지속가능성이 경영의 제일 목표이다. 이를 위해서는 꾸준히 수행해왔던 잘하는 부문의 유지뿐만 아니라 그동안 하지 않았던 새롭고 어려운 과업에 도전해야 한다. 현재와 미래, 오른손과 왼손에 대한 동시 고려는 기업과 정부 등 사회의 모든 조직은 물론 우리 모두의 최우선 핵심 과제이다. 선진국에서처럼 100년 이상 장수하게 될 우리 기업이 앞으로 얼마나 나올지 벌써 궁금해진다. 우리도 당장 덜 사용해온 손으로 글도 써보고, 식사를 하며 100세 시대를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홍성태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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