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이들 맞이하며 “‘위안부’ 피해 역사, 유네스코에 등재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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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주최로 열린 제1414차 정기 수요시위. 영상 3도에 이르는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나라에서 온 할머니 둘이 패딩 점퍼에 방한모자, 두툼한 목도리와 장갑까지 온몸을 가리고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필리핀에서 온 나르시사 클라베리아(89)와 에스텔리타 디(90)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필리핀인 피해자다. 두 할머니가 수요시위에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랜만에 수요시위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한국인 피해자 이용수(91) 할머니가 이들을 맞이했고, 세 할머니는 나란히 앉아 일본 정부를 성토하며 성노예제 문제 해결과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클라베리아 할머니는 지난 8월14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 대통령궁 주변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에서 “13∼14살 때 필리핀 북부 아브라주에 있는 일본군 주둔지에 끌려가 3개월 동안 성 노예 생활을 했다”고 증언하면서 “당시 우리는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었고, 일본군은 너무나 잔혹했다”고 말했다. 디 할머니도 같은 자리에서 “14살 때 일본군을 피해 도망치다 잡혀 3주간 성 노예 생활을 했으며, 낮에는 청소와 빨래를 하였고 밤에는 매일 두 명 이상의 일본군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증언했다. 필리핀 정부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2∼1945년 수천 명의 필리핀 여성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10여 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수요시위에서도 클라베리아 할머니는 마이크를 잡고 “지금까지도 일본이 무슨 사과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죽기 전에 꼭 정의를 얻고 싶다”고 말했다. 클라베리아 할머니는 이어 “한국에 와서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 필리핀에는 우리 편이 없었는데 응원해줘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용수 할머니는 이에 호응해 “내가 원하는 건 (‘위안부’ 피해의 역사가)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것인데 일본이 왜곡하고 방해하고 있다”며 “커가는 사람들이 역사를 알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일본이 유네스코 등재에 협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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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에 일본군 성노예제 범죄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경과보고에 나선 윤미향 정의연 이사장은 “일본 정부가 사죄하고 범죄를 인정하고 법적으로 공식 사죄와 배상을 이뤄낼 때 우리에게 해방이 오는 것이고 전쟁이 끝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할 일은 꼼수가 아닌 범죄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무릎 꿇고 공식 사과하고 법적 배상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위에는 강릉 사천초등학교, 부안 백산중학교 등에서 온 초·중·고교생과 일반 시민 300여명(주최 쪽 추산)이 참석해 ‘사과하지 않으면 끝까지 간다’, ‘우리가 증인이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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