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부모님이 이 책을 읽었더라면
대리모를 둘러싼 여러 측면의 논쟁을 소개한 뒤 저자는 "지금 당장 대리모를 중단하라"고 촉구한다. 대리모는 제삼자의 수정란을 자신의 자궁에 착상 시켜 출산하는 여성을 의미한다.
호주의 생물학자이자 페미니스트 운동가인 저자는 대리모와 관련해 우선 안전 문제를 제기한다. 대리모의 안전성에 대한 장단기적 연구가 없기 때문에 확실히 말할 수는 없지만 대리모 여성은 방대한 약물을 투여받으면서 신체적 어려움과 감정적 분열 상태를 경험한다. 선별 낙태나 제왕절개, 낳은 아이를 의뢰자에게 보낸 후 겪는 산후 질병이나 우울증은 흔한 일이다.
또 다수 대리모는 가난한 국가의 낮은 계층 출신이고 교육 수준도 낮은 여성들이다. 표면적으로는 스스로 대리모가 되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도 결코 '자주적 선택'이라고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리모로 낳은 쌍둥이 가운데 장애가 없는 아이만 데리고 간 호주 부모의 경우나 아이가 없는 고위급 인사에게 대리모가 출산한 아이를 뇌물로 바친 중국의 사례와 같이 대리모를 둘러싸고 비윤리적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차단하도록 규제 대책을 마련하면 될 것이 아니냐는 논리도 있지만 이 역시 '대리모 산업이라는 것이 존재해도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비켜 간 대답일 뿐이다.
또 하나의 쟁점인 '이타적 대리모' 문제와 관련해서도 저자는 불임인 언니 부부를 위해 선의로 대리모 역할을 한 여성이 겪은 분노와 스트레스를 예로 들면서 이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불임인 이들이 제삼자 여성의 자궁과 난자를 빌려서까지 '자기' 아이를 낳고자 하는 욕망은 근본적으로 남성의 것이며 이 절차가 보장하는 것은 의뢰부의 유전자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봄알람. 248쪽. 1만5천원.
▲ 수치심 = 조지프 버고 지음, 박소현 옮김.
심리치료사이자 정신분석가인 저자가 35년 임상 경험과 연구를 토대로 수치심이 무엇인지를 파헤친다.
저자는 수치심을 뭔가 크고 나쁜 것, 우리가 절대로 느끼지 않기를 바라는 감정으로 생각하기보다는 가벼운 불쾌감 정도로,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든 평범하고 흔한 경험이며 언제나 해로운 것만도 아닌 일로 받아들이기를 권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내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나 친구들이 나만 빼고 만났을 때, 학교에서 틀린 답을 말했을 때 등 일상에서 수치심을 느낄 일은 수없이 많다.
이때 우리는 남 탓을 하거나 합리화하는 등 일시적인 방어 기제를 사용하곤 한다. 이런 행태는 전혀 병적이지 않다. 다만 그 노력이 과도해져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거나 목표를 성취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 그때부터 문제가 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책에서는 9건 상담 사례를 통해 피상담인이 자신의 수치심을 가리기 위해 적용한 방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크게 보면 회피하기, 부정하기, 통제하기로 분류할 수 있다.
저자는 이처럼 방어전략에 기대어 수치심을 숨기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이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살아가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고 조언한다.
고통스러운 감정과 마주하는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에서 벌어질 예기치 못한 상황들에 더 잘 대처하게 해준다는 설명이다.
현암사. 480쪽. 2만원.
▲ = 필리파 페리 지음, 이준경 옮김.
20여년 경력의 심리치료사인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수많은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 일어날 만한 문제와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부모가 무심코 한 말이나 실수에 우리는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이런 상처는 대부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린 채 지나가 버리기 일쑤이지만 치유되지 않는 상처와 그때 느낀 감정은 마음속 깊숙이 가시처럼 박혀서 인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이 상처는 우리가 부모가 되어 아이를 키울 때 더 자주 튀어나온다. 바로 '나도 모르게 엄마(또는 아빠)와 똑같은 말과 행동을 아이에게 하고 있더라'는 경험이다.
저자는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감정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는 바로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고 그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오랫동안 심리 상담을 해오면서 부모 자신이 겪은 어린 시절의 경험이 아이와의 교감을 막는 걸림돌이 되는 사례를 많이 경험하고 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김영사. 424쪽. 1만4천800원.
cwhy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