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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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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풍미 더하고, 흡수율 높이고 … 발효 녹용 효능 극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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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유산균 비율 11%P 증가

체내 노폐물 배출 돕는 성분

강글리오사이드 88%나 늘어"

녹용의 건강학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발효를 생활의 지혜로 삼았다. 부패와 발효를 결정짓는 미세한 차이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체득한 것이다. 그만큼 발효 과학은 우리 삶에 다양한 방식으로 녹아 있다. 전통 의학인 한의학도 예외가 아니다. 녹용이 대표적이다. 그 자체로 최상의 가치를 인정받는 녹용을 발효하면 풍미가 깊어지고 효능은 극대화한다. 발효 녹용이 주목받는 이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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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용은 원기를 회복하는 데 최고의 약재다. 이뿐 아니라 근골격계, 비뇨·생식기 건강 등 쓰임새가 다양하다. 한의학에서는 녹용을 ‘신(腎·콩팥)에 양기를 보하는 약재’로 보는데, 콩팥이 근골격계와 비뇨·생식기를 관장하기 때문이다.

한·중 전통 의학서가 인정한 녹용 가치

그래서 녹용은 장수한 임금의 건강 비결로도 꼽힌다. 조선 21대 임금 영조는 83세, 중국 청나라 6대 황제인 건륭제는 89세까지 살았다. 이들 모두 평소에 녹용을 주원료로 하는 보약을 꾸준히 챙긴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시 평균 수명이 50세도 되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그 효과를 가늠할 수 있다. 녹용을 ‘하늘이 내린 원료’라고 불러왔던 이유다.

녹용의 가치는 전통 의학서에도 잘 나와 있다. 동의보감에선 녹용을 두고 “크게 소모된 몸의 기운을 북돋워 재생력과 면역력을 강화하고 생성된 기운을 끌어올려 힘이 나게 해준다”고 했다. 중국 명나라 약학서 본초강목에는 “정과 수, 음과 혈을 보하며 병후 원기 회복, 허약한 사람, 폐결핵, 폐 기능 강화에 좋다”고 기록돼 있다. 아이누리한의원 황만기 원장은 “녹용은 특히 기력이 달리는 사람, 야뇨증이나 요실금으로 고생하는 사람, 골다공증 위험이 있는 갱년기 여성, 치아가 안 좋은 사람 등에 두루 쓰이는 한약재”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한의학에는 ‘발효 한약’이 존재한다. 한약재를 적당한 조건에서 발효시켜 원래의 성질과 효능이 효소 등 미생물에 의해 증강되거나 새로운 효능이 생기게 하는 한약 제조 방식이다.

녹용을 발효하면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첫째, 풍미가 좋아진다. 발효 과정에서 체내 흡수율이 떨어지는 한약 내 전분이 효소에 의해 분해되고 당이 만들어져 쓴맛이 줄고 풍미가 개선된다. 둘째, 흡수율이 높아진다. 녹용을 발효하면 세포 간 결합이 끊어지면서 잘게 쪼개져 세포 속 유효 성분까지 추출돼 추출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고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셋째, 효소로 인한 항산화 효과가 생긴다. 발효 과정에서 생긴 항산화 효소가 피부 개선, 노화 예방, 혈액 및 체내 노폐물 정화에 도움을 준다. 넷째, 녹용 본연의 효능을 극대화한다. 발효는 약효가 휘발되는 것을 억제해 수십 배 고농축하는 과정이다. 다섯째, 농약과 중금속 등의 독성을 제어할 수 있다. 발효 시에는 미생물 발효와 두 차례에 걸친 정밀 여과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다양한 과학적 근거가 이를 뒷받침한다. 경희대 약대 연구팀이 발효 녹용이 장내 유산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발효 녹용을 투여한 쥐의 장내 유산균 비율은 37%였다. 반면 일반 녹용을 투여한 군은 그 비율이 26%, 일반 쥐는 16%에 그쳤다.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녹용의 대표적인 유효 성분인 강글리오사이드 함량이 발효 전 7.9㎍/mL에서 발효 후 14.9㎍/mL로 88.6%나 증가했다. 강글리오사이드는 체내 노폐물과 콜레스테롤을 흡착해 체외로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뿐 아니라 조골세포 등 성장 촉진에 관여하는 판토크린 함량도 발효 전 211.1㎍/mL에서 발효 후 276.8㎍/mL로 31% 증가했다.

대장암 쥐 실험서 발암 억제 효과 입증

발효 녹용의 발암 억제 효과도 입증됐다. 경희대 약대 연구진은 대장암에 걸린 쥐를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사료에 녹용 추출물과 발효 녹용 추출물을 섞어 8주 동안 섭취하도록 하고 나머지 그룹에는 사료만 줬다. 그 결과, 대장암 발생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다섯 가지 이상의 병소 생성 억제 효과가 발효 녹용 투여군에서 가장 우수했다. 연구진은 “녹용을 발효시킴으로써 기존 생리활성 물질이 보다 많이 추출되고 새로운 생리활성 물질이 생성된 결과”라고 밝혔다. 일반 녹용에는 이 같은 활성 유도 인자가 없다.

단, 녹용의 발효 효과는 어떤 종균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발효 녹용의 효능을 충분히 얻으려면 버섯 균사체에서 선별한 독특한 종균(바실루스 리체니포르미스)으로 발효시키는 것이 좋다. 다른 종균은 균사체 밀도가 낮아 발효가 잘 진행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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