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어묵 박사 박재원 교수
‘어묵 박사’ 박재원 미국 오리건주립대 교수가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삼진어묵 매장에서 어묵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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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리건주립대 박재원(66) 교수는 세계 최고의 어묵 권위자 중 한 명이다. 더 정확하게는 어묵, 맛살 등의 원재료인 '수리미(surimi)'에 대해 누구보다 해박한 전문가다. 국내에서 흔히 '연육(練肉)'이라 부르는 수리미는 생선살을 곱게 갈아 만든 페이스트 형태다. 어묵·맛살의 원재료를 뜻하는 일본어로, 세계 어묵맛살업계에서 통용되는 용어이다. 박 교수가 2000년 미국에서 발간한 '수리미와 수리미 시푸드(Surimi and Surimi Seafood)'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 어묵맛살업계에서 교과서로 활용되고 있다. 박 교수는 지난 5~6일 고향인 부산에서 '수리미 스쿨'을 개최하기 위해 방한했다. 연육과 어묵, 맛살 관련 최신 정보와 첨단 기술을 배우고 교육하는 세미나로 한국·미국·일본·중국·태국 등 7개 국가의 주요 연육·어묵 생산업체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박 교수는 "어묵에 대한 소비자의 편견을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 어묵은 대부분 튀겨 만들기 때문에 건강에 나쁠 거라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묵은 어떤 음식보다 우수한 건강식품입니다. 지방 함량이 3%를 넘지 않을 정도로 낮지요. 같은 튀김 음식인 감자튀김이 17~18%, 치킨이 13~14%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낮지요. 수리미를 튀기면 표면에 얇은 막이 형성되면서 기름이 침투하는 것을 막고 수분이 빠져나가는 걸 막아주거든요. 게다가 튀김옷이나 빵가루 등을 묻히지 않기 때문에 지방이 더 적지요. 게다가 수리미가 거의 100% 단백질이니, 어묵과 맛살이 고단백 식품일 수밖에 없지요." 그는 "'어묵은 그대로 먹을 수 없는 품질이 떨어지는 생선으로 만든다'는 선입견도 있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어묵과 맛살의 제일 중요한 원료인 수리미는 생선살만 골라서 갈고 물로 씻어서 지방과 이물질을 제거해 만든다"고도 말했다.
맛살은 게살과 비슷한 식감을 내도록 만든 어묵의 일종으로, 1973년 일본에서 발명됐고 한국에서는 1982년 오양맛살에서 처음 생산했다. 박 교수는 "최근 일본에서 맛살 소비량이 급격하게 늘었다"고 했다. "사실 일본에서 맛살은 어묵에 비해 소비가 월등히 낮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TV에서 맛살이 근육량 증가에 기여한다는 방송이 나가면서 건강식으로 소문나면서 중장년층과 노년층에서 맛살을 엄청나게 사 먹기 시작했죠. 국내에서도 아마 곧 그렇게 되리라 봅니다."
박 교수는 "문헌에 따르면 한국도 어묵을 만들어 먹는 역사가 꽤 길다"고 했다. "조선 숙종 45년 '진연의궤'라는 궁중 연회 기록을 보면 '생선숙편'이 나오는데 이것이 최초의 어묵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어묵 생산은 1945년 광복 이후입니다. 일본에 징용으로 끌려가 어묵 공장에서 일하다 돌아온 분들이 1950년대 초 부산에서 어묵 공장을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기록상 가장 오래된 어묵 회사인 삼진어묵(1953년), 동광, 환공 등이 근대 어묵의 효시라고 보면 되죠." 이후 부산은 '어묵의 도시'로 자리매김한다.
부산어묵조합에는 현재 100여 개의 어묵 생산 업체가 등록돼 있다. 부산어묵은 전국적으로 맛있기로 정평 나 있다. 박 교수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부산어묵조합 규정에 따르면 수분을 제외한 전체 원재료의 70% 이상이 수리미라야 '부산어묵'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부산어묵은 수리미 함량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맛이 좋은 겁니다."
박 교수는 "좋은 어묵은 눈으로만 봐도 가려낼 수 있다"고 했다. "잡티 없이 하얗다면 일단 합격입니다. 다음은 냄새. 비린내 등 불쾌한 냄새가 없어야 합니다. 셋째는 씹었을 때 탱탱하고 쫄깃해야 합니다. 수리미 함량이 높을수록 이런 식감이죠. 맛살은 두드려보면 바로 알 수 있어요. 맛살을 식탁 모서리에 대여섯 차례 탁탁 쳤을 때 수리미 함량이 높은 고급 맛살은 굵은 실처럼 갈라지는 반면, 저급 맛살은 치는 대로 다 떨어져 나가버립니다."
어묵은 흔히 탕으로 끓이거나 반찬으로 볶아 먹는다. 박 교수에게 '영양학적으로 가장 우수한 어묵 먹는 법'을 물었다. "생선회처럼 드셔보세요. 얇게 썰어서 찹게('차갑게'의 부산 사투리) 한 어묵을 겨자 푼 간장에 찍어 먹으면 어묵의 진정한 맛을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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