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송달 거부로 3년만의 첫 변론기일…재판 출석 않을 듯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길원옥, 이옥선 할머니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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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지 3년만에 변론기일이 처음 열렸다. 피해자 할머니들은 재판을 피하는 일본 정부를 향해 “당당하면 재판에 나오라”며 재판 절차 협조를 촉구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13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우리는 돈이 아니다”라며 “일본은 당당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 당당하면 재판에 나오라”고 말했다.
또한 격앙된 어조로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커가는 세계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며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지 30년이 됐는데 일본은 세계가 다 아는 위안부 문제의 유네스코 등재를 방해하지 말고 협조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본 외신기자 등을 향해서도 “기자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일본이 (재판에) 안 나오나, 좀 나오게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옥선ㆍ길원옥 할머니도 함께 참석했다. 이옥선 할머니 역시 “일본이 저지른 일을 반성해야지 어째서 반성을 안 하느냐”라며 “철 모르는 아이들을 데려다 못 쓰게 만들었으면 사죄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기자회견 직후 재판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 유석동)는 이날 오후 5시부터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대해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고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연다.
이번 소송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2월 제기됐으나, 일본 정부가 헤이그 협약 13조 등을 근거로 소장을 3차례 반송하면서 지난 3년간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헤이그 협약은 ‘자국의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 송달을 거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에 ‘주권면제의 원칙에 따라 일본 정부가 한국법에 의한 재판을 받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를 전달했지만, 지난 3월 재판부가 공시송달을 명령하면서 재판이 개시됐다. 일본 정부 측은 재판에 출석하지 않을 전망이다. 피고가 출석하지 않는 경우 재판부는 원고 측 주장 등을 검토해 판단하게 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변 일본군 위안부 문제대응 태스크포스(TF)의 류광옥 변호사는 “위안부 문제와 같은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던 불법 행위에는 주권면제 이론이 적용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이탈리아의 패리니 사례 등 국제인권법학회에서도 상당히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할머니들의 피해사실 구술기록과 청구권 관련 판례 등 자료에 더해 국내외 전문가를 증인신청해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성립을 입증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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