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안다고 생각했는데·정주진의 평화 특강
전통주 소믈리에가 수백 년 이어져 내려온 명인의 명주에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신생 양조장들이 선보이는 신생주에 이르기까지 전통주에 얽힌 이야기들을 정리했다.
증류주, 약주, 탁주 등 3가지 유형으로 대별해 각 주종의 제조법, 특징과 함께 각 주종을 대표하는 제품 30여가지를 설명한다.
또 주당들이 알면 도움이 될만한 상식도 담았다. 소주 원료가 되는 발효주, 즉 술덧을 증류기에 가열해 증발한 성분을 냉각 시켜 만드는 것이 증류식 소주이며 연속식 증류를 거듭해 얻은 고농도 주정에 물을 타 희석한 것이 희석식 소주이다.
전통약주를 설명할 때 이양주, 삼양주, 사양주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밑술에 덧술을 몇 번 하는지를 나타낸다. 밑술은 죽이나 떡, 밥 등에 누룩을 섞어 발효해 누룩 안의 효모를 증식시키는 방법이고 덧술은 밑술에 고두밥이나 떡, 밥 등을 더해주어 본격적으로 술을 빚는 과정이다. 반드시 덧술을 많이 할수록 좋은 술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그만큼 시간과 힘이 많이 들어가므로 귀하게 대접받는 측면은 있다.
흔히 아는 것처럼 동동주는 막걸리에 밥알이 떠 있는 것이 아니라 막걸리와는 별개의 술이다. 술독(발효조)에서 술이 익으면 삭아서 가벼워진 밥알이 맑은 술 위에 꽃잎처럼 뜬 것이 동동주이다. 탁주보다는 맑고 약주보다는 탁한 '중간급'이라고 할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설립한 '전통주 갤러리'의 초대 관장 출신인 저자는 전통주에 대한 강연과 SNS 활동을 통해 전통주의 멋과 맛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소담출판사. 336쪽. 1만6천800원.
▲ 집을 위한 인문학 = 노은주·임형남 지음.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지어온 부부 건축사가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집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성찰한다.
'가족을 품은 집', '사람을 품은 집', '자연을 품은 집', '이야기를 품은 집' 등 4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장이 내세운 제목을 보면 저자들이 생각하는 집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경북 포항의 들판에 신혼집을 지은 건축주로부터 저자들은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이 집은 아버지가 썼던 창고를 고쳐서 만들었는데 비용 측면만 고려한다면 아파트를 사는 것과 별 차이가 없지만, 건축주는 아버지의 체취와 손길이 어린 의미있는 집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건축주의 이 같은 뜻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60평 중 3분의 1인 20평을 복층으로 만들어 1층은 주방과 식당, 거실로 꾸미고 2층은 가족실과 욕실, 침실로 구성했다.
또 강원도 원주에 지은 집은 부부의 취향이 확연하게 다른 것을 반영해 단순하고 약간은 서양식 아름다움을 추구한 '남편채'와 한식 공간을 지향하는 '부인채'를 따로 만들었다. 부부가 한 대지 안의 다른 채에서 일정한 거리와 각자의 영역을 확보하도록 한 것이다.
저자들은 "집이란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곳이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하며 그렇기에 추억이 들어있는 집, 기억이 묻어 있는 집, 가족의 생활이 담기는 집, 일상복처럼 편안한 집이 좋은 집"이라고 썼다.
인물과사상사. 284쪽. 1만6천원.
▲ 개를 안다고 생각했는데 = 홍수지 지음.
흰 푸들 두 마리를 기르는 수의사의 반려일기이다. 누구보다도 개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개를 키우는 것은 그것과는 별개의 일임을 이야기한다.
배변교육이 하나의 예다. 수의사로서 배변교육의 중요성과 요령에 대해 고객들에게 이야기해왔지만 막상 스스로 해 보니 쉽지 않았다. 배변 패드를 거실에 깔아놓으니 누라는 똥·오줌은 안 누고 패드를 갈갈이 찢어버렸다거나 그래서 할 수 없이 배변판을 놓아두었더니 아예 그곳에 올라가지 않거나 몸은 배변판에 두고 '발사'는 바깥에 하더라는 이야기는 개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다 겪었을 일이다.
화장실 문을 열어놓고 간 날 개들이 휴지통을 뒤엎어 놓은 것은 물론 그 안에 들어있던 생리용품을 분해해 두 놈이 나눠 삼킨 일도 있었다.
저자는 "개를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면서 "개를 키우는 것이 순간의 기분이 아니라 심사숙고해 결정하는 무거운 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개를 잘 키우기 위한 지침서가 아니라 실수담에 더 가까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산디. 267쪽. 1만5천원.
▲ 정주진의 평화 특강 = 정주진 지음.
'국내 1호 평화학 박사'가 함께 사는 평화로운 세상에 대한 상상과 실천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가짜뉴스, 난민, 국가 폭력, 민족주의, 환경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우리 사회와 세계를 평화의 눈으로 살펴보며 평화가 무엇인지,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평화와 관련해 꼭 알아야 할 이야기를 청소년 눈높이에서 쉽게 알려준다.
특히 사회 현상을 바라볼 때 현상의 뒤에 숨겨진 사실이 누군가의 삶을 망가뜨리거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은 아닌지, 가장 힘없는 사람들에게 폭력이 되는 것은 아닌지 평화의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철수와영희. 240쪽. 1만4천원.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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