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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신간] 세상은 묘지 위에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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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히말라야·책을 짊어진 당나귀 히말라야를 걷다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 세상은 묘지 위에 세워져 있다 = 이희인 지음.

세계 각국 묘지를 찾아 그곳에 묻힌 역사적 인물들의 인생을 돌아보고 그들과 대화를 모색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카를 마르크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프리드리히 니체, 빈센트 반 고흐 등 60여명의 마지막 안식처 31곳을 직접 찾아본 소회를 사진과 함께 전한다.

저자가 '결국 한없이 부족한 한 인간이라는 점'에서 "'위인'보다는 '유명인'이라고 부르겠다"고 한 탐방 대상자들은 대부분 유럽인이지만 중국(마오쩌뚱), 베트남(호찌민), 쿠바(체 게바라), 이란(14세기의 시인 하피즈) 등의 인물들도 있다.

저자가 가장 많은 망인을 만난 프랑스 파리의 페르라셰즈묘지는 이곳으로 들어서는 지하철역만 두세 군데일 정도로 광대한 부지에 조성 기간만도 200년이 넘는다. 이곳에 묻힌 화가로는 자크 루이드 다비드, 외젠 들라크루아,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작가로는 오노레 드 발자크, 마르셀 프루스트, 음악가로는 프레데리크 쇼팽, 조르주 비제, 조아치노 로시니, 무용가 이사도라 덩컨,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 가수 겸 배우 에디트 피아프 등이 있어 이들의 면면만 훑어보더라도 유럽의 문화사를 쓸 수 있을 정도다.

저자는 "언젠가 이 지구별에서 활보하고 다니던 자들이 지친 몸을 누인 기록과 성찰의 공간인 묘지는 내게 책이요 갤러리이며 학교"라면서 "일단 조용하고 고요해 휴식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오래전부터 묘지 앞에 서면 알 수 없는 전율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한다.

바다출판사. 448쪽. 1만7천800원.

연합뉴스


▲ 함께, 히말라야 = 문승영 지음

'설악아씨'로 알려진 오지 여행가의 히말라야 횡단 트레킹 기록이다.

저자는 2014년부터 4년에 걸쳐 '극한의 루트'로 불리는 1천700㎞ 네팔 히말라야 횡단 트레일을 한국인 최초로 완주했다.

이 책은 히말라야산맥을 횡단하는 코스 중 가장 힘들다는 동부 네팔 구간인 칸첸충가-마칼루-에베레스트 지역, 약 450㎞를 40일간 횡단한 기록이다. 이것은 "세상의 모든 길을 함께 걷자"던 반려자와 함께한 신혼여행이기도 했다.

현지인 가이드, 포터 10명과 동행한 이들은 마칼루 지역을 횡단하던 중 해발고도 6천m 지점에서 조난을 해 사방이 크레바스로 둘러싸인 빙하를 헤매다 영하 15도를 밑도는 절벽 끝에서 맨몸으로 추위와 사투를 벌이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동행한 남편보다 40~50㎏ 짐을 지고 걷는 포터들에게 마음이 더 쓰여 찢어진 바지를 꿰매주고, 아픈 다리와 동상 걸린 발을 치료해 주는 등 신경을 쓰다 자신도 크고 작은 부상을 했는데도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고 느낀 남편과 다투는 일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저자는 "히말라야를 횡단하며 경험한 위험천만한 일들을 통해 진정한 여행의 이유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적었다.

푸른향기. 344쪽. 1만6천원.

연합뉴스


▲ 책을 짊어진 당나귀 히말라야를 걷다 = 임대배 지음.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의 히말라야 트레킹 경험담이다.

방송국 PD였던 저자는 은퇴 후 삶을 고민하다 면밀한 계획 없이 '친구따라' 히말라야로 떠나 33일 동안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와 네팔 최고의 휴양 도시 포카라에 머물렀으며 '천상의 화원'이라고 불리는 랑탕 계곡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트레킹했다.

제목의 '책을 짊어진 당나귀'는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로, 어려서부터 판단력이나 창의성을 키우지 않으면 결국 책을 짊어진 당나귀에 불과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저자는 히말라야에서 가장 흔한, 방울 소리를 딸랑이며 이동하는 당나귀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 역시 일평생 책을 읽고 철학적인 사색을 즐겼지만 사실은 내 것이 아닌 이야기만을 짊어지고 살아온 당나귀와 다를 것이 없다고 느꼈다고 한다.

아라크네. 280쪽. 1만5천원.

연합뉴스


▲ 엄마와 함께한 세 번의 여행 = 이상원 지음.

제목이 말하는 '세 번의' 여행 가운데 '진짜 여행'은 50세의 딸이 80세의 엄마와 함께한 한 달간의 남미 여행뿐이다.

이어지는 것은 남미에서 돌아온 엄마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날부터 시작된 약 7개월의 이별 여행, 그리고 엄마가 남긴 일기로 먼 옛날의, 지금껏 알지 못한 엄마의 삶을 들여다보는 여행이다.

예정된 이별을 알지 못한 채 해맑게 떠난 남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바로 다음 날 엄마가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지만 모녀는 목놓아 울지 않는다.

그보다는 조용히 원하는 방식의 죽음을 선택하는 데 집중한다. 엄마가 "나는 집에서 자연사하기를 원해"라고 말하고 딸은 그것이 '엄마다운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의사도 간병인도 없는 투병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고 엄마는 마지막 한 달 동안 곡기를 끊은 채 버티다 딸이 지켜보는 가운데 예정된 죽음을 맞았다.

엄마를 보낸 저자는 짐을 정리하다 1962년부터 시작된 엄마의 일기를 발견하면서 미처 몰랐던 엄마의 삶과 만나게 된다.

생전에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았던 엄마가 파리 유학 시절에는 한국 노래를 부르고 들으며 위로를 받았다는 사실, 항상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버지이지만 연애 시절에는 그를 향해 '이렇게 그리운데 꿈에도 안 나타나는지'라며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다는 사실, 그리고 엄마에게는 작가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고 그 꿈이 20대를 사는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 등이다.

이 일기는 엄마가 자신과 나눈 대화였을 뿐만 아니라 엄마의 사후에는 저자가 엄마의 삶과 대화하게 된 도구였다.

갈매나무. 248쪽. 1만4천원.

연합뉴스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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