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인도태평양 보고서 첫 공개
백악관서 월드시리즈 우승팀 맞이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2019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팀인 워싱턴 내셔널스의 포수 커트 스즈키(가운데)를 뒤에서 포옹하고 있다. 이날 미 해병대 군악단은 워싱턴 선수단이 입장할 때 사실상 비공식 주제가 역할을 하는 ‘아기 상어’를 연주했다. 아기 상어는 한국 유아 콘텐츠 기업 ‘핑크퐁’이 북미의 구전 동요를 각색한 노래로 ‘뚜루루뚜루’란 중독성 있는 후렴구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강렬하고 귀여운 노래”라고 평했다. 워싱턴=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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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무부가 4일 노골적인 중국 견제 의도가 담긴 인도태평양 관련 보고서를 최초로 공개했다. 6월 국방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군사 정책에 관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지만 외교 주무부처인 국무부 차원의 보고서는 처음이다.
○ 미, 노골적 중국 견제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란 제목의 30쪽짜리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무부는 한국을 호주, 일본에 이어 세 번째 역내 협력 국가로 거론했다. 이 세 나라와 함께 대응할 위협으로 중국의 악성 사이버 공격, 역내 항행 제한, 해양 안보, 환경 문제 등을 거론했다.
총론에서 세 번째로 언급된 한국은 각국과의 구체적 협력 내용을 소개하는 단락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등장했다. 국무부는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신(新)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과의 연결, 북핵 확산에 대한 공동 대응, 대북제재 이행 협력 등을 언급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악성 사이버 공격도 우려한다고 지목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그어 놓은 9개의 선인 ‘구단선’에 대해 “근거 없고 불법적이며 비합리적”이라면서 강력히 비판했다. 이런 중국의 항행 자유 침해 때문에 아세안 국가들이 2조5000억 달러(약 2900조 원)에 이르는 (해양) 에너지 자원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으며, 역내 불안정성 및 충돌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의 공개 시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무부는 이날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타결된 직후 보고서를 내놨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서두 인사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태평양에서의 미국 관여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둬 왔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태국 방콕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국은 협박을 통해 (남중국해에서) 아세안 국가들의 해양자원 이용을 막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중국 주도의 RCEP에 아직 동참하지 않은 인도를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명명하며 우대했다. 이날 방콕에서 호주, 일본, 인도와 함께 4개국 고위급 회담도 가졌다. 이미 중국에 대해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는 인도는 RCEP 가입 시 이 적자가 더욱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 중 “우리가 자유무역 수호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5일 상하이에서 열린 2차 국제수입박람회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보호주의와 일방주의를 결연히 반대한다. 지식재산권을 보호해야 하지만 지식을 봉쇄해 과학기술의 격차를 만들거나 벌리면 안 된다”며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시 주석은 “시장 개방을 계속 확대하고 관세 비용도 더 낮추겠다”며 “인민들 사이에 ‘세계가 저렇게 크니 가서 보고 싶다’는 말이 있다. 나는 (세계에) ‘중국 시장이 이렇게 크니 모두 와서 보는 걸 환영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에 관세 위협을 가하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할 뜻을 비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박람회에도 불참했다. 다만 유럽 선진국 정상도 전혀 참석하지 않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참석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4일 방콕에서 열린 RCEP 정상회의에서 “아세안과 한중일은 위험과 도전을 막는 데 단결, 협력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RCEP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시절 미국이 중국을 배제한 채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대항마로 중국이 주도하기 시작했다. 한국 일본 중국 아세안 10개국 등 역내 16개국이 4일 협정문을 타결했고 인도만 참가하지 않았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베이징 윤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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