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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용서 바라지 않는다”…‘밀양 성폭행’ 가해자 자필 사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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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A 씨가 공개한 자필 사과문. 유튜브 ‘전투토끼’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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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에서 2004년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남성이 가해자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유튜버에게 자필 편지를 보내 사과했다.

지난 20일 밀양 성폭행 사건 신상 정보를 공개해 오던 유튜브 채널 ‘전투토끼’는 ‘밀양 가해자 ○○○ 최초 사과문’이라는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서 가해자 A 씨는 유튜버에게 자필편지를 통해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편지에서 “피해자분께 너무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직접 하는 것도 실례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며 “20년 전 당시 고등학생으로 어리석고 바보 같은 행동으로 피해자분께 평생 동안 지워지지 않을 죄를 지었다. 지금도 고통 속에 지내오셨다니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A 씨는 사건 당시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제추행 등 혐의로 소년부에 송치돼 1호(보호자 또는 청소년회복센터 등에서 감호위탁), 3호(사회봉사명령)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그때는 처벌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문제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어리석게 멋모르고 살았다”며 “차라리 처벌이라도 제대로 받고 제대로 사과했다면 피해자분과 국민들의 분노가 조금이나마 덜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A 씨는 소셜네트워크(SNS) 등에서 자신의 사진과 주소 등 신상 정보가 공개된 뒤 과거 잘못을 깨달았다며 “저도 어릴 적 꿈이 있었지만 그 사건들로 혼자서 많이 좌절하고 허송세월 흥청망청 살다 보니 40(세)가 다 되어가는 나이가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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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가 인증한 후원금 내역. 유튜브 ‘전투토끼’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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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평생을 외식 한 번 안 해보고 농사만 짓다 암으로 수술하시고 스스로 명예퇴직하신 부모님께 죄스럽다”며 “못난 아들이 몸도 모자라 마음까지 망가뜨린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는 “아무리 어릴 적이고 철없는 미성년자라고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죄는 나이불문이라고 살아오면서 많이 느꼈다"며 "피해자분께 용서를 바라지 않는다. 사죄하면서 살아가겠다”며 편지를 마무리 지었다. 이후 그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밀양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정 후원’으로 200만 원을 기부한 내역을 인증했다.

유튜버는 A 씨로부터 자필 사과문 외에 또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면서 “A 씨가 피해자분 몰래라도 피해자분에게 조금씩이나마 후원하며 살겠다는 내용이었다. 그가 후원 내역 공개를 원치 않았지만 제 고집으로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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